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허수경 #시 #싯구 #죽음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허수경 #시 #싯구 #죽음

어찌어찌 하다가 늦은 저녁 허수경을 꺼내 들었다. 다시 한번 이런 시인이 이제는 없다니, 공기처럼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한 나는 시인의 죽음 앞에 무능력의 좌절과 답답함을 깨달을 뿐이다.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허수경 #시 #싯구 #죽음

심장은 뛰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가장 뜨거운 성기가 된다.

집으로 선뜻 들어설 수 없는 마음

강으로 간다

다 보내고도 아직 내 마음에 차 있는

정다운 쓰림아

저녁 오지 않는다

저 멀리서 바람이 태양과 함께

저녁은 하늘솥에 아직 갇혀 있다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별도 구워먹으리라 했어요

…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곰별자리였어요

나는 그렇게 있다 너의 눈 속에

꽃이여 네가 이 지상을 떠날 때 너를 바라보던 내 눈속에 너는 있다

안녕, 우리 이제 헤어져

바람처럼 그렇게 없어지자

먼 곳에서 누군가가 북극곰을 도살하고 있는 것 같애

차비 있어?

차비는 없었지

이별은?

이별만 있었네

나는 그 후로 우리 가운데 하나를 다시 만나지 못했네

사랑했던 순간들의 영화와 밥은 기억나는데

그 얼굴은 봄 무순이 잊어버린 눈(雪)처럼

기억나지 않았네

얼마나 무료한 나날들이 빛 속에 있는가

그날 죽을 것 같은 무료함이 우리를 살게 했지, 아주 어린 짐승의 눈빛 같은

나날이었다

당신의 편지여

내 사랑은 이 가벼운 표면을 건드릴 재간이 없다

내 사랑은 아무런 수압 없이 태양이 주는 빛으로 살아갈 수가 없다

…

심해에 사는 뱀장어도 아니고 상어도 아닌 기억들아

나비가 날아가는 곳을 멍하니 보는데

떡 하니 의젓하게 차오르는 눈물

난 한때 시인들이 록가수였으면 했다

어쩔 수 없잖아 시인이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월 스트리트, 증권 판매상이 그 일을 하나?

…

인류!

사랑해

울지마!하고

…

적혈구가 백혈구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삶이 죽음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그때처럼

아직 아무도 방문해보지 않은 문장의 방문을 문득

받는 시인은 얼마나 외로울까

태양이 저당잡은 시간…같은 느낌의 문장이 있었는데, 다시 보니 찾을 수가 없다. 꼼꼼히 한번 더 뒤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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