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전 날 (11/7)

어머니와 아이들, 다같이 호수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민준이와 예준이가 장난 끝에 싸웠다.

입원 안내 문자를 받고 다들 마음이 급해졌다. 네시간 남았다.
좀 이르지만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갠지스라는 인도음식점을 찾았으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

몇 번인가 맛있는 외식을 했던 ‘서울 감자탕’에 가기로 했다. 나를 포함해서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 아쉬움이나 답답답, 우울함이 잠깐이지만 사라졌다. 입 안의 즐거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이겨내고 있다.

짐을 쌌다. 핸드폰, 충전기, 닌텐도 스위치, 무선 이어폰…
게임방을 차리냐고 어머니께서 물었다.
선물 받은 추리소설을 챙려다가 말았다. 이북리더기도 넣을까 하다가 뺐다. 노트북도 뺐다. 겨우 일주일, 몸 하나 가누기도 쉽지 않은 시간일터이다.

모든 짐을 마무리하고 거실에 나와 어머니와 유튜브를 보았다.
시장에서 김밥을 준비하는 영상이었다. 큰 솥에 쌀을 앉히고 소금과 기름을 더했다. 이백개가 넘는 계란을 깨어 지단을 부쳤다. 정사각형의 부산 오뎅을 길게 잘라 간장과 소금, 물엿, 설탕을 넣고 졸였다. 업소용 햄을 결대로 분리하여 팬에서 구웠다. 커다른 비닐 봉지에 담긴 우엉을 간장에 졸였다. 채칼로 당근 한박스를 채썰어 끓는 물에 데쳤다… 이 모든 과정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김밥이 먹고 싶어졌다

병원에 갈 시간이 됐다
카카오 택시를 호출하고 아이들을 한번씩 안아 주었다. 또 울컥한다. 민준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괜찮아 금방올께.

해외 출장라도 가는 것처럼 큰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섰다 어머님과 아이들이 따라나온다

병원에 도착했다. 입퇴원 수속을 마치고 병실을 배정받았다
1동 5층 52병동 7호실.
자대에 도착한 신병처럼 간호사실에 들러 입원을 알렸다. 횐자복과 간단한 안내를 받고 키와 몸무게를 측정하라고 지시받았다
수술 안내에 이어 내일 수술을 위해 팔에 대바늘을 하나 잡아 두기로 했다. 알러지 검사를 위해 약을 주사했다

환자복을 갈아입고 병상에 누웠다.
낯 익은, 그러나 불안하고 거북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또 이 침대에 이 옷을 입고 누웠구나’

핸드폰을 열고 임솔아의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싯구 하나가 눈에 박혔다. 메멘토 모리.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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