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7/10)

바람이 분다 (7/10)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를 충분히 이해하고 좋아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매우 부끄러운 사람의 자서전이 어떤 의미인지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추천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삼은 어정쩡한 비행기 제작자 이야기로 읽힐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분다 (7/10)

이 작품을 보면서 계속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이유는 지로가 결국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한나 아렌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이, 말하기의 무능을 가져오고, 말하기의 무능이 행동의 무능을 가져온다’

-한나 아렌트

자신의 일을 묵묵히 밀고 나가는 것은 대개의 경우 본받아야 할 일이지만,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그것처럼 위험한 것은 없다.

지로의 제로센은 가볍고 빠른 혁신적인 비행기였지만, 제로센에 탄 병사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고 돌아오지 못한 제로센의 몇백배 몇천배 되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

서정주의 (정말이지 놀랍도록 뛰어난) 작품들은 결국 그의 친일 행적 때문에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가수는 노래만 잘하면 되고, 시인은 시만 잘 쓰면 되는 것 아니냐는 예술 지상주의 뒤에는 철학의 부재가 숨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한 조건을 두고 이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는, 미야자키의 표현 방식과 그간의 일관성있는 발언을 감안하면 그로서는 충분히 용기를 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 거의 최대한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최근에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일러스트‘를 무료로 공개했다. 복잡한 저작권이나 커먼 크리에이티브 없이 ‘상식적인’이라고 정의한 것이 오히려 사용 범위를 명확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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