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집 (9/10 -> 10/10)

종이의 집 (9/10 -> 10/10)

매우 추천합니다.

종이의 집 (9/10 -> 10/10)

이 글은 넷플릭스 기준으로 파트1과 파트2, 그러니까 조폐국 사건까지를 대상으로 합니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뭐라 표현할까 고민하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별점을 더 높여야겠다 싶어졌습니다.

희망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것이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이라는 면에서 인생과 매우 많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절대의 권력, 자본, 악에 대항하는 우리만의 의적단, 아무도 해치지 않고 아무도 다치지 않는 완벽한 계획. 브라질에 대항하는 카메룬처럼 불가능한 승리에 도전하는 의지, 거기에 끈끈한 우정과 사랑까지.

이렇게 써놓으니 그런 저런 소년 만화 장치를 다 가져다 쓴 같지만, 제게 이 작품이 흥미진진했던 이유는 그 뻔함 뒤에 묻어나는 천진난만함이었습니다.

이건 종이다. 매해 정부가 찍어내는 수조원의 돈과 우리가 찍어내는 수십억의 돈이 무엇이 다른가?

교수의 이 한마디는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돈은 유로화로 통합됐지만 여전히 별개의 나라인 유럽 시민의 이중성, 상품의 가치와 같지 않은 화폐의 가치, 오직 부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정부와 권력기관, 그에 대한 철저한 불신.

만약 이런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아마도 BTS 못지 않은 전 지구적인 팬덤이 일어났을 것이 분명합니다. 현대 자본주의가 철저하게 계급으로 분리된 사회임을 우리 대부분은 뼈저리게 느끼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 아름다운 완전 범죄는 결국 이뤄질 수 없는 몽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가슴에 슬프고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벨라 차오’라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지만 그 경쾌함 뒤에는 언제나 죽음의 그림자가 숨어 그들을 엿보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종이의 집이 의미하는 바는 이러한 ‘부서지기 쉬운 아름다움’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마찬가지로 교수가 끊임 없이 만들어내는 종이 접기 작품들도 그럴테고요.

이 작품에서 특히 재미있었던 것 몇가지를 꼽겠습니다.

스페인어가 주는 이국적인 느낌. 낯선 언어의 환기 효과가 내러티브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야말로 흥미로운 교수의 그럴듯한 여러가지 계획과 임기 응변의 술책들. 우리는 ‘교수’라는 지적이면서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또 하나의 멋진 캐릭터를 가지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확실치 않지만, 의도적으로 여성성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범죄를 주도하는 교수와 베를린은 매우 여성적인 카리스마를 가졌고 전형적인 마초의 외형에도 게이로 등장하는 헬싱키 등의 인물 설정이 그러합니다. 미묘하지만 여성성은 현명하고 용감하고 바른 판단을 하는 반면 남성성은 폭력적이고 아둔하고 고집스러운 것으로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벨라 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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