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빙 빈센트 (2017) (9/10)

러빙 빈센트 (2017) (9/10)

러빙 빈센트 (2017) (9/10)
IMDb 점수 : 9
이 작품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체온과 그들이 고흐를 얼마 좋아하는 지 알 수 있는 영화였다.
유화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발상,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성숙한 문화와 환경, 그리고 이런 작품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
부러운 영화다.
고흐의 죽음을 살펴보다가 그것이 타살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만들어내고, 그 흔적을 따라가면서 다시 고흐의 내면을 파고드는 이야기의 전개도 매우 흥미로웠다.

모든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게 최선이야.

유서 한장 남기지 않은 고흐의 마지막 몇마디. 이제 관객에게는 고흐가 어떻게 죽었는 지 그리고 그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별반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그 인간적인 예민함, 아픈 마음과 견딜 수 없는 고통, 주위 사람들에 대한 애정, 그래서 귀를 자르고 자살을 시도한 고흐의 자학을 십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예술가이기 이전에 누구의 형이며 누구의 친구이며 누구의 아들이었던 자연인 고흐를 바라보게 만든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 생각한다.  고흐가 어떤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는지 알게 되면서 모든 갈등과 의심은 저 뒤로 사라져 버리고 고흐와 그의 그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I want to touch people with my art. I want them to say ‘he feels deeply, he feels tenderly’.

고흐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온화함이 그가 진심으로  바랬던 것이고 그리하여 그 마음이 화폭에 온전히 남아있음을 이제야 알게되었다.
8년 동안 800점의 그림을 남기고, 그 작품들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깊이 어루만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 그도 조금은 편안해 지려나?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흐르는 starlit starlit night, 평온한 음악에 한참동안 나를 적셨다. ‘좋다’ 하는 생각만으로 가득차서 멍하니 앉아있는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모르겠다.
영화가 아주 맘에 들어 좀 더 길었으면 싶었는데 작업 과정을 상상해보면 그건 지나친 욕심이다.

Similar Posts

  • 스파이더맨2 (9/10)

    역시, 샘 레이미!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영웅에 대해 가지는 두가지의 상반된 심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권한과 책임이다. 힘은 얻었으나 그 책임이 두려운 너무도 평범한 한 인간이 여기에 있다…라는 톤으로 떠드는 것은 시덥지 않은 평론가에게 맡기자. 포스터를 보라.금빛 NewYork City의 마천루.그 위에 당당히 군림하고 있으나, 찢어진 수제 의상을 입은 스파이더맨.이 작품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말해…

  •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10/10)

    추석 연휴 전에 직장 동료로부터 추천받은 작품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이 특이한 제목을 몇번 본 기억이 있었는데, 제목이 주는 ‘자기 계발서’ 같은 느낌 때문에 볼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일본 역시 결혼하기 어렵고 취업하기 어렵고 출산은 더더욱 힘든 여러 상황을 잘 담아냈습니다. 특히 ‘아라가키 유이’의 미모가 캐릭터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큰 몫을 했습니다. “저렇게 이쁘고…

  • 문라이트 – 껍데기는 가라 (8/10)

    세 개의 이름, 한 사람의 생 배리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Moonlight, 2016)는 마이애미의 가난한 흑인 동네에서 자란 한 소년의 성장기를 세 개의 장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어린 시절의 ‘리틀’, 청소년기의 ‘샤이런’, 그리고 성인이 된 ‘블랙’. 이름이 세 번 바뀐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의 주제를 압축하고 있다. 샤이런은 한 번도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불려본 적이 없다. 이 영화와…

  •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 (7/10)

    그건 내 비밀스러운 정체성의 문제니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난 어벤저스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지구를 구하기 위한 슈퍼 히어로의 자기 헌신에 충분히 익숙해졌습니다. 그렇지만 히어로의 일상이 늘 그렇게 희생적이고 모범적일까 하는 의문에서 영화는 시작하고 있습니다. 피터는 어찌어찌 정체가 밝혀져 더이상 정상적인 일상을 보낼 수 없고 MIT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이 시퀀스를 볼 때까지만 해도 청소년의 혼란을 소재로 삼았다고…

  • 태극기 휘날리며 (9/10)

    태극기 휘날리며 – 한국영화의 잣대가 되다.‘태극기 휘날리며'(이하 태극기)를 봤습니다. 이 영화의 첫번째 가치는, 2004년 현재 한국(대작)영화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영화가 철저하게 조직된 일체의 시스템을 통해서 구축하는 종합 예술임을 감안할 때,태극기는 한국 영화계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시스템과 기술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일전에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100억이 넘는 제작비를 가지고도 자멸하는 작태를 보여준 것에…

  • 용서받지 못한 자 (9/10)

    이 작품은 ‘매우 잘 만든 데뷔작’이다. 여기저기 늘어붙어있는 군더더기의 컷과 씬들은 신인작가의 단호하지 못한 자기애에 다름 아니며과도하고 장황한 철학적 의미 부여, 그로 인한 텍스트의 과잉 역시 신인의 치기다.호흡? 물론 거칠다.그러나 이 영화는 상업영화가 가지고 가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꽉 잡아 두고 있었다. 재미: 관객의 시선과 주의를 끌어당기는 힘을 갖기란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