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의 원천은 무능력?

사내 인트라넷에 아주 재밌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안분지족을 서양식으로 표현한 걸까요?
🙂

{피터의 원리는 능력과 무능력에 대한 기존 개념을 과감하게 타파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남북전쟁 때 북군의 장군이었던 리처드 테일러는 ‘7일간의 전쟁’에 관해 언급하면서 “남군 지휘자들은 남군의 수도였던 리치몬드시 부근의 지형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몇년전 다리와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 뒤에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관련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였다. 때로는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능력으로 저 자리까지 올라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와 같이 역사적으로나 우리 일상에서 무능력·무책임이 발현되는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많은 불편을 겪게 되고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무능력은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무능한 사람들이 계속 승진하고 성공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무능력의 원천은 승진}
그렇다면 무능력이 도처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능과 유능은 개인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콜럼비아 대학 교수였던 Laurence J. Peter와 작가인 Ramond Hull은 우리 사회의 무능이 개인보다는 위계 조직의 메커니즘에서 발생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수백 건에 달하는 무능력 사례를 분석한 뒤 무능력의 원인을 해명한 피터의 원리를 제시하였다. 이들이 제시한 원리의 핵심은 “조직체에서 모든 종업원들은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즉, 위계 조직내의 구성원들은 한 번 또는 두 번의 승진을 통해 자신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위 직책을 맡게 된다. 그리고 승진된 직책에서 다시 능력을 발휘하면 다시 상위 직급으로 승진할 기회를 잡게 된다. 따라서 모든 개인들은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나는 단계까지 승진하게 되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모든 직위는 그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구성원들에 의해 채워지는 경향을 갖는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사람들에 있어 마지막 승진이란 유능한 단계에서 무능한 단계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창조적 무능력을 개발해야}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지위까지 승진하게 되면 그 사람은 그것이 자신의 최종 직위임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인정하게 된다는 것은 본인으로서는 고통스러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애써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며 현재의 무능력은 자기가 게을러진 탓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보다 열심히 일함으로써 새로운 직위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해 보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점심시간에도 일에 매달려 정신이 없고 어떤 때는 일거리를 들고 집에 가지고 가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무능을 감추려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 예를 들어, 서류 업무에만 열중함으로써 열심히 일한다는 인상을 주려고 한다거나, 내용이 없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 놓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능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피터의 원리에 근거하면 보다 행복한 삶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의 성공에 만족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 이상의 승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Peter와 Hull은 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정리 정돈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든지,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든지, 갖가지 괴벽을 과시하는 등의 ‘창조적 무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승진의 대열에서 멀어지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을 무능력하게 만들고 마는 끝없는 승진에 집착하기 보다는 유능한 구성원으로 남을 수 있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더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피터의 원리가 주장하는 역설적 사고는 치열하고 바쁜 일상 속에 있는 우리에게 한가닥의 여유를 제공한다. 하지만 비록 이러한 원리가 맞다고 하더라도 승진이 안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우리 문화 속에서 이러한 주장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Similar Posts

  • 사랑

    사랑 밖엔 난 몰라 vs. A love until the end. 세상 끝까지의 사랑 같은 건, 믿지 않게 된 지 오래다. 만일 그런 것이 있다면 아마도 그건 헌신이나 자비 같은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을게다. 반면, 사랑 밖에 모르겠다는 칭얼거림과 한탄은 들어줄만 하다. “뭐, 어때. 난 사랑 밖에 모르겠고. 알아서 하라구.” 이렇게 솔직하게 드러내기도, 실은 쉽지 않다. 관련된…

  • 턱 수염이 없는 자화상 – 반 고흐

    제가 건강해져서 다시  파리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 그림은 아마 제 대표작이 될 거에요. -빈센트 반 고흐,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고흐는 죽기 1년 전인 1889년 ~ 1890년 사이 정신 병원에 입원해있었지만, 그 기간 약 150점의 유화를 그렸고 많은 대표작들이 탄생했다.이 작품은 1889년 일흔번째 생일을 맞은 어머니에게 보내는 선물이었는데 199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화로 750억원에 팔렸다.그림에…

  • 차별에 관하여

    박노자 선생의 글, ‘인간답게 사는 방법 ‘을 읽다 보니 나는 차별에 관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곱씹어 보게 된다.박선생의 글에 의하면, 니콜라이 티모페에프-레소프스키 라는 20세기 유전학을 연구하던 소련의 한 학자는 차별에 관하여 이런 규칙을 가지고 살았다고 한다.“청소부와 이야기하든 장관과 이야기하든 똑같이 대하기. 어조, 태도, 말이 주는 느낌으로라도 인간을 차별하면 절대 안됨”실로 투명한 삶의 지침이다.지행일치.아는 것과…

  • Payday

    96년 4월 즈음 생애 처음으로 월급을 받던 그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받는 돈과는 또다른 느낌. 내 몫의 삶이 시작된다는 자부심. 통장에 들어오는 금액만큼 묵직해지는 여유. 쇼핑을 할까? 집에 갈 때는 과일도 좀 사야지. 동생한테는 립스틱도 하나 사주고. 할머님 용돈도 드리고. 이 참에 적금도 하나 들어야 겠다. … … 지금은 그때에 비해 몇배의 월급을…

  • RSS 부분 공개의 2가지 이유

    이 블로그의 RSS는 excerpt만 들어있는 소위 부분 공개이다. 이런 RSS를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 1년여 전 쯤인데 그 때의 rationale은 이렇다. 웹 사이트에서만 볼 수 있는 content가 있다.블로그는 사람들과의 communicatioin을 위한 personal media 이다. 나는 이 블로그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내 생각을 교류하고 싶고 내 의견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RSS를 통해서는 접할 수 없는…

  • 바뀐 웹 저작권, 포털 블로거에게 치명적이지 않습니까?

    주요 골자의 1번항목. …앞으로는 창작성의 유무를 구분하지 않고 상당한 투자를 한 자에 대하여 일정기간 당해 데이터베이스의 복제/배포/방송 및 전송권을 부여했다. 이 말인즉슨, – 웃긴대학, DC inside(실 창작은 없으나 상당한 투자를 하여 운영되는 사이트)… 등에 올라간 저작물에 대해 각 사이트에서 복제/배포/방송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뜻이고. – 카툰 다간다 등의 meta contents site 역시 복제/배포/방송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