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허수경 #시 #싯구 #죽음

    어찌어찌 하다가 늦은 저녁 허수경을 꺼내 들었다. 다시 한번 이런 시인이 이제는 없다니, 공기처럼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한 나는 시인의 죽음 앞에 무능력의 좌절과 답답함을 깨달을 뿐이다. 심장은 뛰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가장 뜨거운 성기가 된다. 집으로 선뜻 들어설 수 없는 마음 강으로 간다 다 보내고도 아직 내 마음에 차 있는 정다운 쓰림아 저녁 오지 않는다…

  • 짧은 삶, 긴 그림자: 사슴벌레와의 철학적 조우

    2023년 6월, 회사 게시판에서 우연히 사슴벌레 한 쌍을 데려왔다. 그렇게 내 일상에 작은 식구가 생겼다. 인터넷을 뒤져 플라스틱 사육장과 톱밥, 놀이목을 들였다.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도 이왕이면 좋은 걸 해주고 싶었다. 작은 생명이라도 곁에 들이려면 괜히 그렇게 되는 모양이다. 습도를 맞추려고 하루 한 번 스프레이로 사육장 안을 적셔주었고, 햇볕이 들지 않는 책상 아래에 자리를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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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사람은 외로워. 황인숙

    ― 나 아무래도 안 좋은가 봐.    꿈도 이상한 꿈만 계속 꾸고    어제는 생전 안 나타나던 길순이가    명림이랑 같이 집에 온 거야. 깜짝 놀라서    “길순아, 너 죽었잖아?!” 그랬다?     조직 검사 결과를 며칠 앞둔 언니가    겁먹은 목소리로 전화했다. ― 동네 의사가 괜찮을 거라 했다며?    마음 편히 가져.    너무…

  •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방 불을 끄고 누워 전자책을 읽다가 이런 시는 남겨두어야겠다 싶어 부랴부랴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종이책은 사진을 찍어 올리는 맛이 있는데, 전자책은 사진을 찍으면 재미가 없고 캡처도 되지 않아서 천상 타이핑을 해야겠습니다. 박준의 시는 전반적으로 약간 슬픕니다. 죽음의 향내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눈물이 말라 쓸쓸한 풍경을 연상케 합니다.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에서 정서적으로 닿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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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셀의 위안

    마르셀은 가끔 원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불안에 휩싸여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곤 했습니다. 그는 마르셀의 고민이 어쩌면 존재론적 고민일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마르셀은 차라리 정신적인 통증이 있어 약물로 치유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습니다. 마르셀은 자전거를 타면 마음을 무겁고 어둡게 만드는 끈적한 호흡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 뒤로 풍경이 지나가면서 그 침침한 끈적함들도 떨어져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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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형,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잘 지내. 그러면 좋겠어.

    “너, D 아니?” 내일 먹을 콩국수를 위해 불려 놓은 콩의 껍질을 까면서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물어 왔다. “D형? 알지, 왜?”“얼마 전에 죽었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 나이에 흔히 볼 수 없는 세련된 귀걸이와 옷차림에 내심 부러워 할만큼 날씬하고 센스있던 형의 갑작스런 죽음은 전혀 맥락이 닿질 않았다. “교통사고야?” “…아니, …자살로…” 어머니는 답하기 전에 한참의…

  • 상 喪

    문자를 받은 건 어제 아침이었다. [부고] 옥세*(장인) 오진*(부친) 오수*께서 소천하셨습니다. 장례식장 : 인**대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 : 27일 (화) 예전엔 상가에 가면 죽음에 대한 이런 저런 소회가 있었는데, 이젠 조금 낯선 일상처럼 어색하지 않다. 생전 처음 보는 고인의 얼굴, 그러나 그 사진 뒤에 숨어있는 그의 온전하고 긴 시간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존경하는 절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

  • 로건 (2017) (10/10)

    내 점수 : 10점 멋진 작품이다. 치매에 걸린 찰스와 다리를 절고 눈이 어두운 로건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엑스맨들도 모두 스러져 없고, 텍사스 외진 시골에 찰스와 로건이 죽지 못해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다른 엑스 맨들은 아마 찰스의 과오로 죽은 듯 한데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늘 죽고 싶었던 로건은 회복력이…

  • 상가를 다녀오다

    친구 Y의 부친 상에 다녀왔다. 대구까지는 꽤나 먼 길이었지만,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니 가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상주가 되긴 했지만 준비도 다짐도 없었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임종을 보는 게 큰 의미가 있는가 싶다가도, 남아있는 자와 떠나는 자가 눈빛 한번과 말 한마디를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생의 마지막에 가장 어울리는 행위가 아닐까 한다. 그럴 나이가 된 것이겠지만,…

  • 살아 있는 모든것은 나이가 들면 살아 있지 않게 된단다.라며 토끼가 개구…

    살아 있는 모든것은 나이가 들면 살아 있지 않게 된단다.라며 토끼가 개구리에게 “죽음”에 대해 말해준다. 설명으로 이해가 가능한 것일까.. 움직이지 않는 검은 새를 보며 “죽었어”라며 눈물을 글썽이는 예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