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grogu

  • 시. 수선화에게 – 정호승

    수선화에게울지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정호승.열림원.2003—-결국은 all alone 아니겠는가, 하는 N양의 탄식과 자조를…

  • 말죽거리 잔혹사 (6/10)

    “어느 날 친구 집에 갔는데, 친구는 없고 친구 누나가 목욕을 하고 있었다.”말죽거리 잔혹사는 ‘패러다임의 교체‘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위의 문장을 보고 뭔가 낯 간지러운 웃음이 새 나온다면 당신은 패러다임의 저쪽에 서있는 것이고, 아무런 생각이 없다면 당신은 패러다임의 이쪽에 있는 것입니다.또 모리스 앨버트의 Feelings/진추하의 One summer night 같은 노래가 익숙하다면 저쪽에, 그렇지 않다면 이쪽에.마찬가지로 고고장,…

  • 소위와 중사, 누가 더 높을까?

    ‘빨간 겨드랑이 털 앤’님의 글, “어떻게 답변하시겠어요?“에 대한 트랙백입니다. [Q: 소위와 중사 중에 누가 높아요?]이 질문을 보고선 ‘뎅’하고 와닿는 뭔가가 있습니다. 중사 VS 소위 (또는 하사 VS 병장)의 이 기이한 암투의 흔적은 징병제 한국 군대의 계급 특수성에 관한 문제이면서 좀더 확장하자면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기형적인 권력의 문제이기도 하고 억지스럽지만 철학적으로는 계급과 사회에 관한 사구체 논쟁의…

  • 활동가

    김규항님의 글은 조금의 굴곡도 허락하지 않는 날카로운 직선이다. 그의 글은 나의 글과는 다르지만 읽는 맛이 있다. 돌리지 않고 요점을 향해 바로 치고 들어가는 매서움.“활동가”라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얼마나 진중하고 얼마나 무거운 단어이던가. 그래서 또 얼마나 동경하며 두려워했던 단어인가. 그러나 이제 더이상 내 주위에 ‘활동가’는 없다.

  • 2004.4 제주도 가족여행

    아직도 제주도에 가보지 못한 어머니를 위해, 가족여행을 떠났다.어머니와 나, 동생과 매제, 조카.이 5명의 여행경비를 잘난 척 하며 카드로 긁었다.지금 생각하니 몹시 난감하다… ;(———-첫날.오후 12시 제주 도착.옵티마를 렌트하고 점심은 ‘유리네 집‘에서 먹었다. 제주시 코리아나 호텔 근처에 있는 이 오래된 음식점의 허름한 벽과 천정에는 유명인의 사인으로 가득하다.대통령 노무현은 97년에 다녀갔고, 박재동 화백은 ‘커 죽인다’하는 만화를 그려놓았고, 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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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국, 그와 무관한 싱글 소설에 대한 단상

    바나나의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를 하루 반만에 끝내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시작했다. 참고로 바나나 소설집의 후반부 몇작품은 매우 수준 낮은 작품들로 채워져서 시간낭비를 하는 느낌이 들 지경이었고, 글을 짜낸 티가 역력하여 글 쓴이와 읽는 이의 피곤함이 극에 달한다. 그 즈음에 소설 책도 음반처럼 싱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이른바 싱글 소설소설 13여개가 8000원이니까, 그 10쪽짜리…

  • 소설.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맘에 든다. 꽁트라고 해도 좋을만큼 짧은 글이 12개 – 초록반지, 보트, 지는 해, 검정 호랑나비, 다도코로 씨, 조그만 물고기, 미라, 밝은 저녁, 속내, 꽃과 비바람과 아빠의 맛,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적당함 -, 그 각각의 글이 지닌 여운은 아주 깊다. 누군가 자신의 일상을 세밀히 묘사하고 있다는 것은, 그것은…

  • 선을 봐서 결혼하느니, 강아지랑 살겠어

    현실을 무시한 이상적인 발언이고 개념이라는 거 잘 안다. 1. 선을 봐서 결혼하느니, 강아지랑 살겠어! : 결혼이 단순히 같이 사는 것 이상의 어떤 특별한 결합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아직도 저런 정서를 가지고 있다. 즉, 결혼은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는 의미있는 인연 같은 것이다. 그런고로 결혼을 목적으로 낯선 두사람이 만나는 ‘선’은 주객이 전도된 우스꽝스런 행위라는 것. 이상적인…

  • 1/4분기 성적표

    아버님 제사가 있는 날이어서, 여동생과 조카가 아침 일찍 내려왔습니다.그 덕에 뜻하지 않게 넉넉한 아침시간이 생겼습니다.습관처럼, 웹서핑하다가 몇자 끄적입니다.2004년의 25%가 지나고 있군요.중간 점검을 잠깐 해보자면.1. 면학 부문— 년 초에 도전했었던 조리사 자격증은 필기시험부터 떨어졌습니다. 문제집도 다 못 보고 치뤘으니 당연한 결과지요. 🙁— 3월부터 어학을 하나 공부하기로 했는데, 흘리고 말았습니다. 4월부터는 정말!— 현재 상황 검토 결과 프랑스…

  • 아바타는 쓰레기다 : 정체기에 접어든 아바타 시장에 부쳐

    관련기사 : 정체기에 접어든 아바타 시장 ps. read me 1st. 새삼스럽게 생각이 나서, 지난 글을 찾아서 포스팅합니다. ————– 제목이 좀 거칠지만, 아바타 사업은 제게 쓰레기같은 악취만을 풍길 뿐입니다. 돈이 벌릴지는 모르지만 제대로 된 수익모델이 아닙니다. 때문에 더 이상의 발전도 불가능하고 또 더이상 시장이 커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원칙을 지킵시다. 삶은 온라인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로지 온라인에서만…

  • 아름다움은 존재하는가 : 인터파크 CI 변경에 부쳐

    인터파크가 CI를 변경했습니다.관련기사 : 인터파크, 새 CI 선포이 새로운 CI를 두고 사내 인트라넷에서는 말들이 많습니다. 새마을 운동하냐, 촌스럽다, 두껍다, 옛날 게 낫다, 자동차 번호판 개선안보다 못하다…악평일색.낯설어서 그럴 수도 있고, 사내 의견 수렴이 안 된 탓도 있겠고.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美’야말로 이데올로기의 극한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굳히게 됩니다.화무 십일홍.아름답다고 칭해지는 것들은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그 단말마의 화려함 뒤에 숨어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