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기행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五臺山) 중대(中臺), 해발 1,189m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당나라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정골(頂骨)사리를 받아와 봉안하면서 창건
통도사, 봉정암, 법흥사, 정암사와 함께 한국 5대 적멸보궁 중 하나 — 정암사를 제외하고 모두 자장율사가 직접 창건
사자암 뒤편 적멸보궁 전각은 겉집과 속집을 벽으로 구분한 이중구조의 겹집 형태로, 국내에서 유례가 없는 독특한 건축


봉녕사 불교대학 기본반의 성지순례로 오대산 상원사와 중대 사자암을 방문하게 됐다. 월정사, 상원사는 종종 다녀왔지만 사자암과 적멸보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적멸보궁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라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 7시, 봉녕사 버스에 올랐다. 준비해주신 김밥을 몇 개 주워 먹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오대산 월정사로 가는 전나무 숲길은 언제 봐도 좋다. 숲길 옆 맑은 계곡을 지켜보며 버스는 상원사까지 올라갔다. 여기저기 절을 둘러보고 다 같이 공양간으로 이동했다. 상원사의 절밥은 처음이었는데, 여러 가지 나물과 고추장을 넣어 산채비빔밥을 만들었다. 내 덕행이 이 음식을 받을 만큼 충분한지 생각하며, 겸손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사자암으로 오르는 길
본격적으로 사자암을 향해 출발했다. 우리를 이끌어주신 분은 능윤스님. 출가 전에도 산행이 취미였다며 매우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올랐다.

발과 다리에 종종 경직이 오곤 해서 몹시 조심스러웠다. 무리되지 않게,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발을 움직였다.
사자암은 적멸보궁으로 향하는 길목, 가파른 절벽을 따라 층층이 5층으로 지어졌다. 상원사로부터 꽤 높은 곳에 있었고, 만만하게 볼 곳이 아니었다. 문수보살이 사자를 타고 다닌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으로, 가파른 지형을 그대로 살린 이색적인 사찰 건축이었다.
적멸보궁
사자암에서 다시 언덕을 향해 오르니 적멸보궁이 보이기 시작했다. 적멸보궁은 오대산 주봉 비로봉에서 뻗어 나온 능선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한가운데에 있다.

문헌에 따르면 풍수지리학적으로 ‘용비봉무형(용이 날고 봉황이 춤추는 형상)’ 또는 ‘용이 여의주를 희롱하는 형국’이라 불리는 대명당이라 한다. 조선시대 암행어사 박문수도 이곳을 찾아 천하의 명당이라 감탄했다고 전해진다. 실제 보궁 마당에 서서 앞을 바라보니, 육중한 능선들이 포근하게 감싸 안아 아늑함이 느껴졌다.

적멸보궁 전각 바로 뒤편에는 약 84cm 높이의 비석 모양 돌, 마애불탑이 서 있다. 앞면에 5층 목탑이 상륜부까지 정교하게 양각되어 있는데, 이곳에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 정확히 사리가 묻힌 위치는 알려지지 않아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다.
적멸보궁 앞에 모두 방석을 깔고 앉았다. 능윤스님께서 경을 읽어주셨다.
이런 장엄한 대자연 속에서, 바람과 함께 전해오는 스님의 독경 소리는 비현실적일 만큼 신비하고 아름다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