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 #기억 #광속 #인사
노동조합의 전임자를 시작하면서 생긴 큰 변화 중의 하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매우 증가했다는 것이다. 천성적으로 내성적인데다가 자아가 뚜렷해서 남들과의 교류를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당신은 그런가? 나는 그저 이렇다’
그런데, 미야자키 하야오가 말한 것처럼, 인생이란 결국 언젠가 끝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 같다. 나 역시 죽을지도 모르겠다 싶은 큰 수술들, 그 고통과 우울한 시간을 지내며 알게 된 것이 있다.
-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만큼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어도 60년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 따라서 삶은 즉흥적일 수밖에 없다. 자문해 보라. 앞으로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3개월이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3일이라면? 3시간이라면?
- 그러니까 좀 더 단순화하면, 잘 산다는 것은 지금 시간을 잘 쓰는 것이다.
- 재미있는 시간, 기쁜 시간, 감동적인 시간, 보람있는 시간, 만족스런 시간, 아름다운 시간…
- 무엇이 되기 위해, 무엇을 모으기 위해, 무엇을 이루기 위해 시간을 쓸 수도 있지만, 그것이 4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면 인생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 그동안 내가 그토록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는 일, 별것 아닌 것 같던 인사와 안부, 회의 전후에 나누는 짧은 잡담 — 그것들이 사실은 4번에 해당하는, 즉 내 인생에서 가장 잘 쓰인 시간일 수도 있다는 것을.
내성적인 성격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 속에 있으면 쉽게 지치고,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다만 달라진 것은, 그 만남 하나하나를 이전처럼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것이 전임자가 되고 나서, 그리고 그 큰 수술들을 지나오면서 내가 얻은 가장 값진 변화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