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캔 스피크 (8/10)

아이캔 스피크 (8/10)

추천합니다.

아이캔 스피크 (8/10)

이런 작품을 만나면 늘 예술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세상의 불의에 항거하고 부조리에 저항하여 혁명에 복무하는 ‘참여 예술’이야말로 참된 예술이라고 인식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정의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래에 제가 생각하는 예술은 이런 것입니다.

예술은 우리가 일상에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을 일깨워 상식을 파괴하고 인식의 지평을 또 다른 차원으로 옮겨주고 넓혀주는 촉진제입니다. 예술은 어떤 때는 아름답고 어떤 때는 놀랍고 어떤 때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게 다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어 더 많은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나와 다른 당신, 내가 모르는 어떤 것, 나보다 훨씬 넓은 세계. 그것과 떨어질 수 없는 나. 예술은 이 모든 것을 가리키는 지표이자 그 자체입니다.

일제의 전쟁 범죄를 몸으로 기억하시던 할머니들이 하나 둘 스러져 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기억해야하고 누군가는 사죄받아야 하고 누군가는 되돌이켜 알려야할텐데, 이 작품은 충분히 제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아이캔 스피크’는 서사도 재미있고 극의 반전도 놀랄만한 수준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죄한다면) 용서할 수는 있지만,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Similar Posts

  • 마이클 (6/10)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 카세트테잎은 마이클 잭슨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이었다. 이제 막 빌보드 차트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아가던 시절, MJ의 음악은 그때까지 들어본 어떤 음악과도 달랐다. 팔등신의 늘씬한 체형, 처음 보는 춤, 처음 듣는 박자와 호흡. 나는 그 테잎이 늘어질 때까지 듣고 또 들었다. 그가 네버랜드라 이름 붙인 거대한 저택에서 홀연히 세상을 떠난 지도…

  • 산부인과

    그렇소, 나는 反여성주의자요. by iCE 0. gossip1) 잡담, 한담, 부질없는 세상 이야기, 공론, 쑥덕공론2) 남의 뒷말, 험담, 뒷공론, 가십, 신문의 만필, 뜬소문 이야기3) 수다쟁이 1. gossip cinema직각으로 뻗어 있는 큼직한 흑백 타이틀과 잘잘한 신문 기사들이 어우러진 흰스케치북. 언뜻 스크랩북을 떠올리게 만드는 ‘가십시네마’라는 장르에 대해 박철수 감독은 다음과 같이 표현 했다.“<산부인과>의 경우는 처음부터 가십에 초점을 두었다….

  • 시그널 (10/10)

    매우 추천합니다. 거의 완벽한 드라마였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바꿀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제대로 지키기 힘든 당위를 위한 이재한 형사의 싸움은 묵직한 후련함을 남겨 줍니다. 과거 시점에 사용된 오래된 화면비 또한 신선했는데 이를 통해서 실제로 옛날 화면을 보는 듯한 향수를 느낄 수 있고 또한 시점을 잃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어서 보면 볼 수록 감탄이 나왔던…

  • 히든 피겨스 (9/10)

    오랜만에 케빈 코스트너의 모습을 보아서 좋았고, 짐 파슨스는 빅뱅 이론의 셸던이 계속 떠올라서 등장할 때마다 좀 웃겼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1962년 즈음, 미소 냉전이 한참이고 양국은 우주에 먼저 나가는것으로 모든 국력을 겨루고 있던 때, 실제로 나사에서 근무하던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놀라운 것은 겨우 60년 전이었는데도 흑인에 대한 차별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했습니다. 백인과 흑인의 모든 공간과…

  • 소림축구 Shaolin Soccer (2001) (9/10)

    IMDb 내 점수 : 9점 2001년 개봉이니 무려 17년이나 지난 작품. 가끔씩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옛날 영화(예를 들면 인디아나 존스나 ET같은)를 찾아서 같이 보곤 하는데 소림축구에 대한 반응은 역대 최고였다. ‘아니, 저게 무슨 말도 안되는 슛이야’ 깔깔대며 영화를 즐기는 아이들에게도 황당무계한 만화 같은 스토리와 화면이 몹시도 맘에 드는 모양이다.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감탄했던 것은…

  • 영광의 깃발 (6/10)

    남북전쟁에 최초로 만들어진 흑인 부대(54연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흔한 전쟁 역사물과 달리 고난을 겪고 성장하는 군인이나 그들의 끈적한 우정 등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 봤던 것은 (아마 고증이 된) 그 당시의 전투 장면들이었습니다. 전투는 마주보고 횡대로 선 대열로 이뤄지는데 방어하는 쪽은 대열을 갖춰 총을 쏘고 공격하는 쪽은 그것을 견디며 앞으로 전진합니다. 재장전 시간은 매우 길어서 공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