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톤 (8/10)

말아톤 (8/10)

말아톤 (8/10)

말아톤에는 2가지의 미덕이 있습니다.

침묵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절제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러한 아낌이 궁극적인 소통(communication)으로 기능하는.

절규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초원이 엄마는 사실 누구보다도 힘들게 고통받고 있으며
시멘트 벽보다 단단한 자기의 틀에 갇혀있으리라 생각했던 자폐 장애인(초원으로 대변되는)은 사실 너무 많은 것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스펀지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에서 둘은 그저 힘들거나 그저 닫혀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강조하거나 자극하지 않지요.
그렇게
끝까지 리듬을 잃지 않고 42.195km를 달리는 초원이처럼
영화는 절제와 소통의 미학을 pace maker로 삼아 이야기하고 싶은 바를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이
자폐증의 아이를 둔 엄마의 성공적이고 헌신적인 육아일기였다거나
자폐 장애인의 비참하고 어려운 현실을 절절히 묘사한 다큐멘터리였거나
했다면 실패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참인지
그리고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 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마라톤 코치 정욱이 초원이에게 ‘3만4천 곱하기 2백9십4’ 따위의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영화 말아톤은 특별한 tear point가 없기는 합니다만
그것이 이 영화의 단점이 되지는 않습니다.
쥐어짜낸 몇방울의 눈물보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작은 성찰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ps. 여전히 사람과의 소통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ps. 김미숙, 조승우. 두사람의 연기는 썩 좋습니다.

Similar Posts

  • 호텔 르완다 (8/10)

    관련 영화 : http://www.imdb.com/title/tt0395169/ ‘르완다’가 아프리카 대륙의 어디쯤에 있는 나라인줄 나는 모른다. 언젠가 스쳐지났을 ‘르완다 내전’은 150만명이 학살당하고 250만명이 난민이 된 충격적이고 공포스런 genocide 그 자체이다. 르완다의 전체 인구는 겨우 800만.더우기 그 내전의 뿌리가 서구 제국주의-벨기에-가 이식한 인종주의에 있음을 알게 된다면, 그리고 100만명이나 죽어나가는 동안 그 알량한 서구 권력의 대응이란 것이 못 본 척 한…

  • 어머니

    노동자의 어머니, 우리의 어머니 “야, 나 오늘 이소선 어머님 봤다” 어딘가의 집회에서 이소선 여사님을 뵙고온 친구들은 뽐내며 자랑했고함께 가지 못한 이들의 부러움을 받곤 했습니다.이소선 어머님은 그 시절 우리들의 아이돌이었고 모두의 어머니였습니다.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아이를 둘 낳고 커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스물 둘, 한참 청년이던 아들을 가슴에 묻은이소선 여사님의 지난 40년이 어땠을 지 조금은…

  • 라디오스타 (8/10)

    http://www.imdb.com/title/tt0891577 이 작품의 메타포는 어머니다. 어머니의 사랑.추억을 먹고 사는 가수 최곤은 늘 자신만 아는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자식’의 모습이고 맹목적으로 베푸는 매니저 박민수는 ‘어머니’의 다른 이름이다.누구에게나 있는 ‘잘 나가는 한 때’에 집착하는 순간 인간은 과거의 늪에 빠져서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를 늪에서 구해줄 뿐만 아니라 기꺼이 보내주기도 하는 가수와 매니저의 이야기.이 단순한 플롯과 상징은 사랑에…

  •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ll: Stand Alone Complex – Solid State Society (8/10)

    관련 사이트 : Production I.G work list > Ghost in the Shell : Stand Alone Complex – Solid State Society 생각할 수록 섬뜩한 것이 이건 마치 실제 같다. 영화, 애니메이션, SF 모두를 통틀어 근미래를 이토록 그럴 듯하게 묘사한 작품은, 내겐 없다. DNA 대신 ghost라도 남겨야 하는 귀부노인은, 말라죽을 수도 있는 우리의 미래처럼 여겨져 살풍경하기 그지없다….

  •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 (9/10)

    이 작품은 추천합니다. 원숭이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 궁금증을 상세히 풀어 줬고, 최초의 각성한 원숭이인 시저가 왜, 어떻게 인류와 척을 지고 독립했는 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원숭이인지 사람인지 모호한 시저에 대한 묘사가 시각적으로 뛰어나고 서사적으로도 잘 표현되었습니다. 다른 원숭이들이 굽은 등을 하고서 네발로 뛰어다닐 때도 시저는 허리를 펴고 직립 보행을 하지요. 왔노라 싸웠노라…

  • 헤어질 결심 (10/10)

    (마침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롤랑 바르트류의) ‘해석의 무한성’에 관심이 있다면 모든 씬과 대사에서 숨은 의미를 찾고 해석하는 재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도입부에서 한동안 화면 자체가 매우 불편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어 지루하기까지 했는데 그것은 정통적인 영화 문법에서 사용하지 않는 앵글과 구도 때문이었습니다. 마주보고 대사를 주고 받는 장면에서 화자와 청자의 위치가 거울을 통해 왜곡돼 기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