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 이발사 (7/10)

효자동 이발사 (7/10)

효자동 이발사 (7/10)


효자동 이발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작품입니다.
지난한 역사를 둔하지 않게 아우르는 가벼운 감각은 살리되
이야기에 함몰된 흐릿한 주제는 버리고서 말입니다.

소시민과 권력의 접촉이라는 좋은 소재와 송강호와 문소리, 두 연기파 배우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효자동 이발사는 ‘어정쩡한 영화’가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장르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만
효자동 이발사는 극장을 나서는 관객을 몹시 곤혹스럽게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아주 지독한 블랙 코미디 같은 것입니다.
역사를 가볍게 취급하는 감각은 좋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역사의 치열한 속성이나 본질을 그냥 흘려도 좋다는 것은 아니거든요.
휴머니티나 부성애를 논하기보다는 권력과 탐욕에 관한 얘기로.
4.15 부정선거 4.19 혁명 5.16 쿠데타 10.26사건 12.12 반란까지 정말 치욕스러운 한국사를 치욕스럽지 않게 그려낸 것도 단점이라 보여집니다.
보다 폭력적이고 보다 끔찍했더라면 하는 욕심이 듭니다.
평범한 소시민이 권력의 핵심부와 직접적인 접촉을 가질 때 그와 그 주위의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여러 얘기.
놀람, 두려움, 친밀, 공포, 거부 등등의 심리묘사는 그럴 듯 했으나 그 어느 것 하나로 모으질 못했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영화의 도입부 이후 현저히 떨어지는 집중력과 밀도는 한국영화의 고질적인 단점 중의 하나입니다.
성한모가 대통령의 초대로 가족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시퀀스는 매우 중요합니다.
소시민과 권력자가 동일한 높이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고, 노련하게 원위치시켜서 페이소스를 자극합니다.
그러나 그 이후 효자동 이발사는 높낮이 없는 플롯으로 질질 끄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단점-장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희석시켰기 때문에 더욱 치명적인- 때문에 영화에 별 두개를 줍니다만, 문소리와 송강호의 열연 때문에 별 한개를 더합니다.

Similar Posts

  • 서울의 봄

    늦었지만 ‘서울의 봄’을 봤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이 더 많은 부와 권력을 잡는 한국의 역사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죄를 짓지 않으려는 사람은 더 불행해집니다. 이런 ‘단죄’의 부재가 대한민국의 역사의 뿌리에 깔려있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은 썩어갑니다. 전두환도 노태우도 그 외의 많은 신군부의 죄인들은 호의호식하며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물론 일부 죄값을 치르기도 했지만, 그들의 죄에 비하면 언 발에…

  • 이온 플러스 (Aeon flux) (6/10)

    related imdb : http://www.imdb.com/title/tt0402022/10년 전 부천영화제에서 본 Peter Chung의 원작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못하는 졸작.이온이 가지고 있는 ‘뇌쇄적이고 엄청난 고탄력 고무공’ 같은 캐릭터의 느낌은 전혀 살리지 못했고원작의 즐거운 상상력은 Charlize Theron의 두꺼운 허벅지에 묻혀 질식해 버렸다.그나마도 마지막 시퀀스의 여운이 좀 살아서 다행이다. ps. 원작의 느낌은 이렇다. ps. http://en.wikipedia.org/wiki/Aeon_Fluxps. Charlize Theron은 이탈리안 잡에서는 그래도 괜찮은 느낌이었는데,…

  • 황후화 (Curse of the Golden Flower) (10/10)

    http://www.imdb.com/title/tt0473444/  태자와 계모가 통정하고 있고, 태자의 연인은 생모의 이복 동생이더라. 마치 한국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지독하게 상투적인 플롯이지만 유려하고 인상적인 영상미 덕에 지루하지 않다.장예모의 색은 화려하다. 효과적으로 화려하다.색과 구도가 단순한 아름다움을 뛰어넘어 내러티브의 흐름에 따라 동조되고 있으며 그런 일체감이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황금색 손수건, 노랑색 국화에 흘러내리는 붉은 피, 흑색 복면의 무사와 진홍색 복면의…

  •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5/10)

    아오이 유우를 보고 싶었을 뿐. 관련된 글: 허니와 클로버 (Hachimitsu to Clover) (2/10)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Midnight Meat Train (4/10) 다찌마와 리 (7/10) 레지던트 이블 디제너레이션 (8/10) 지구가 멈추는 날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6/10) 볼트 (9/10) 세븐 파운즈 7 pounds (9/10) 배틀 인 시애틀 (9/10)

  • 히든 피겨스 (9/10)

    오랜만에 케빈 코스트너의 모습을 보아서 좋았고, 짐 파슨스는 빅뱅 이론의 셸던이 계속 떠올라서 등장할 때마다 좀 웃겼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1962년 즈음, 미소 냉전이 한참이고 양국은 우주에 먼저 나가는것으로 모든 국력을 겨루고 있던 때, 실제로 나사에서 근무하던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놀라운 것은 겨우 60년 전이었는데도 흑인에 대한 차별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했습니다. 백인과 흑인의 모든 공간과…

  • 페인 앤 게인 (6/10)

    재미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추천하지는 않아요. 20자평.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이게 실화라는 것. 관련된 글: 나의 아저씨 (9/10) 프로젝트 파워 (6/10) 프레스티지 (8/10) 콜 (4/10)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 (9/10) 시그널 (10/10) 아이캔 스피크 (8/10) 기적 (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