游泳

우주에 대한 신기한 사실을 이것 저것 알게 되면서 막연히 공포스러운 상상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것은 무한히 우주를 떠다니는 어떤 장면이었습니다.

우주인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시속 1m의 속도로 모선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습니다. 다시 모선에 가까이 다가가려 바둥거려보지만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에서는 천천히 계속 멀어질 뿐입니다. 마침내 모선의 불빛이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지면 그는 캄캄한 우주를 끝도 없이 밀려날 것입니다.

이제 그의 공간은 어디에서도 빛이 닿지 않아 사방이 동일한 밀도의 암흑으로 꽉 차게 될 것이고, 절망이라는 직사각형의 까만 젤리에 갇혀 시속 1m의 속도도 인식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지금 그런 암흑 속에서 지구에서 보낸 어떤 순간들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햇살의 온기를 느끼고 차창을 닫는 순간, 멀리의 구름이 아름다운 용처럼 보이는 순간, 누군가의 손을 잡는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해 흙냄새가 올라오는 순간, 술을 마시고 큰 소리로 떠들며 웃던 순간, 숨이 턱에 차도록 달리는 순간, 매트릭스를 보며 감탄하는 순간, 처음으로 아들이 생기던 순간, 첫번째의 두번째의 세번째의 네번째의 더이상 헤아리기도 힘든 전신 마취의 순간, 담배 연기를 피워 올리던 순간,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던 순간, 빨간 옷을 입은 나를 공격하는 장닭을 쳐다보던 순간, 바통을 받아 줄 사람이 보이지 않아 패닉에 빠져 기절했던 첫번째 운동회의 이어달리기, 항암제를 맞고 온갖 음식에 역겨워하며 토하던 순간, 빙판 길에 넘어져 종아리가 골절되던 순간, 죽음이 두려웠던 순간, 다시 죽음이 다가온 순간, 삼각대를 들고 야경을 찍던 순간, 처음으로 승진하던 순간, 대학 입학 시험을 보며 도시락을 먹던 순간, 고등학교 졸업식에 맞춤 양복을 입고 가 계란을 맞던 순간, 입대 하던 날 그리고 첫 휴가를 나오던 순간, 친구 하나를 버리기로 마음 먹었던 순간, 친구 하나가 사라진 순간, 큰 아들을 목마 태우고 호랑이를 보러가던 순간, 어머니의 얼굴과 목소리.

웰빙이 아니라 웰다잉을 생각해야 하는 때입니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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