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전절제 5년 후, 식사와 간식은 이렇게 짜고 있습니다

2021년 겨울, 위암으로 위를 전절제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식사가 원활하지 않고 영양을 채우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위가 하던 저장, 분쇄, 속도 조절을 이제 식사 방식으로 대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정리한 원칙과 하루 식사 리듬을 공유합니다. (의료진의 진료를 대체하는 내용이 아니라 일반적인 원칙입니다.)

1. 기본 원칙

  • 자주, 적게: 하루 6~8번, 2~3시간 간격으로 먹습니다. 위가 없으면 포만감과 공복감 신호가 둔해지므로 배고픔이 아니라 시계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휴대폰 알람이 큰 도움이 됩니다.
  • 천천히, 꼭꼭: 한 끼에 20~30분을 잡습니다. 빨리 먹으면 덤핑증후군, 복통, 설사가 생기기 쉽습니다.
  • 식사 중 물은 줄이기: 국물과 물은 식사 30분 전이나 후에 마시고, 식사 중에는 조금만 마십니다.
  • 단순당은 단독으로 먹지 않기: 주스, 탄산음료, 사탕, 꿀, 케이크는 식후 어지러움과 식은땀, 설사를 부르는 덤핑이나 후기 저혈당의 원인이 됩니다. 꼭 먹어야 한다면 단백질과 지방을 곁들여 소량만 먹습니다.

2. 같은 양에 영양은 더 많이

양을 늘리기 어려우니 영양 밀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 단백질은 매 끼니와 간식마다: 달걀, 두부, 생선, 닭가슴살, 살코기, 치즈, 무가당 요거트. 유제품에서 배가 불편하면 락토프리 제품을 써봅니다.
  • 좋은 지방 더하기: 죽이나 반찬에 참기름과 올리브유, 간 견과류, 아보카도, 땅콩버터.
  • 경장영양제 활용: 간식 시간에 반 팩씩 30분~1시간에 걸쳐 천천히 마십니다. 종류는 병원 영양팀과 상담해 고릅니다.

3. 내 하루 식사 시간표

아침과 점심 시간은 고정하고, 저녁은 그날그날 달라도 “직전 식사 후 2~3시간” 규칙으로 이어 갑니다.

시간내용
8:00아침 식사
10:00~10:30오전 간식: 삶은 달걀, 무가당 요거트, 두부, 영양제 반 팩
12:00~13:00점심 식사
15:00~15:30오후 간식: 고구마나 단호박 + 치즈, 간 견과류, 영양제 반 팩
18:00 ~ 19:00저녁 식사
저녁 식사 2~3시간 후작은 간식
취침 1시간 전소량의 단백질 + 복합당: 연두부, 치즈와 크래커, 식빵 반 조각과 달걀

저녁이 불규칙할 때

  • 저녁 식사가 20시 이후로 밀리면 17~17:30에 간식을 하나 더 넣어, 간식과 저녁 사이가 4시간 넘게 비지 않게 합니다. 늦은 저녁을 공복으로 버티는 것이 가장 좋지 않습니다.
  • 저녁을 제대로 못 먹은 날은 죽, 연두부, 영양제로 저녁 간식을 보충합니다.

아침과 점심 사이가 4~5시간이라 오전 간식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구간을 비우면 저혈당이 오거나 점심을 먹기 힘들어집니다.

4. 실천 팁

  • 식사와 간식 시간을 알람으로 등록하고, 배가 고프지 않아도 알람이 울리면 먹습니다.
  • 삶은 달걀, 소분한 견과류, 치즈, 영양제를 가방과 책상에 미리 준비해 둡니다.
  • 간식도 10~15분은 들여서 천천히 먹습니다.
  • 2~3주 동안 어느 시간대에 어지럽거나 처지는지, 어떤 간식이 잘 맞는지 기록하며 조정합니다.

5. 사서 먹을 것, 직접 만들 것

매 끼니와 간식을 전부 손수 만들기는 어려워서, 사서 먹을 수 있는 것과 직접 만드는 것을 나눠 두었습니다.

사서 먹는 것

종류예시고를 때 확인할 점
경장영양제뉴케어, 그린비아 등제품마다 당 함량이 다릅니다. 덤핑이 걱정되면 당이 낮은 제품을 영양사와 상의해 고르고, 처음에는 소포장으로 시험합니다.
시판 죽파우치나 레토르트 죽나트륨, 당, 단백질 함량을 봅니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달걀이나 두부를 더합니다.
무가당 요거트플레인, 그릭요거트성분표에서 “무가당”인지 확인합니다. 그릭요거트는 단백질이 높습니다.
락토프리 유제품락토프리 우유, 치즈유제품이 불편할 때 대체용입니다.
두부, 연두부냉장 연두부, 순두부그대로 먹거나 살짝 데워 먹습니다.
달걀맥반석란, 구운란, 진공 포장 삶은 달걀가방에 넣어 다니기 좋은 간식입니다.
치즈슬라이스, 스트링, 소포장 치즈소포장이 소량씩 먹기 편합니다.
고구마, 단호박냉동이나 진공 포장 찐 제품시럽이나 조미가 없는 제품을 고릅니다.
견과류, 땅콩버터소포장 견과류, 무가당 땅콩버터소포장은 과식을 막아 주기도 합니다.
크래커통곡물 크래커당과 기름이 적은 것을 고릅니다.
닭가슴살, 생선 제품냉동이나 파우치 제품부드럽고 양념이 진하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직접 만드는 것

  • 달걀찜과 집에서 끓인 죽: 농도와 재료를 내 상태에 맞게 조절할 수 있고, 단백질을 더하기 쉽습니다.
  • 익힌 채소 반찬: 부드러운 정도와 간을 직접 맞춥니다.
  • 생선과 살코기 요리: 기름기와 양념을 줄여 부드럽게 조리합니다.
  • 참기름, 올리브유, 간 견과류 더하기: 시판 음식에 직접 넣어 열량을 높입니다.
  • 취침 전 간식: 식빵 반 조각과 달걀처럼 간단한 조합은 직접 챙깁니다.

바쁜 날에는: 사서 먹기 + 한 가지 손보기

바쁜 날에는 사서 먹는 것에 한 가지만 더하는 방식이 가장 오래 유지됩니다. 시판 죽에 달걀을 풀거나 참기름을 더하는 식입니다. 주말에 죽이나 달걀찜을 넉넉히 만들어 1회분씩 소분해 냉동해 두는 방법도 편합니다.

구입 전 주의사항

  • 새 제품은 한 번에 하나씩, 소량으로 먹어 보고 덤핑이나 설사가 없는지 확인합니다.
  • 성분표에서 당류(g)가 낮은 제품을 먼저 고르고, 단백질과 열량이 충분한지도 함께 확인합니다.
  • 경장영양제는 인터넷이나 약국에서 살 수 있지만, 종류와 하루 섭취량은 임상영양사와 상의해 정합니다.

6. 놓치기 쉬운 것들

  • 비타민 B12: 위 전절제 후에는 흡수에 필요한 내인자가 없어 평생 주사나 보충이 필요합니다. 주기를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 철분, 칼슘, 비타민 D: 빈혈과 골밀도 저하가 5년 이후에도 흔합니다. 연 1회 정도 혈액검사와 골밀도 검사를 권합니다.
  • 식후 눕지 않기: 식후 1~2시간은 상체를 세우고, 자기 전 간식은 잠들기 1시간 전쯤 먹습니다.
  • 체중 기록: 주 1회 같은 조건에서 재고 식사 기록과 함께 남기면 진료 때 유용합니다. 3~6개월 사이 체중이 5~10% 이상 빠지면 상담이 필요합니다.

7. 이런 신호가 있다면 병원으로

5년이 지났는데도 계속 먹기 힘들거나 체중이 빠진다면 식사 방법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문합부 협착, 역류성 식도염, 췌장효소 부족(기름진 변, 설사), 소장 세균 과증식 등이 원인일 수 있고 치료법이 각각 다릅니다. 담당 외과나 소화기내과, 임상영양사와 꼭 상담하세요.

먹는 일이 숙제처럼 느껴질 때도 많지만, 시간표를 정해 두고 나니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같은 길을 걷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Similar Posts

  • 위 전절제 환자의 저혈당 증세 대처법

    위 전절제 수술을 받고 나면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된다. 바로 저혈당 증상이다. 밥을 먹었는데 왜 혈당이 떨어지는 걸까? 처음 겪으면 당황스럽고, 반복되면 두렵다. 나 역시 수술 후 4년이 지난 지금도 이 증상과 싸우고 있다. 왜 밥을 먹었는데 저혈당이 올까 위는 단순히 소화만 하는 기관이 아니다. 음식을 잠시 보관했다가 소장으로 천천히 내려보내는 조절 역할을 한다….

  • 1차 정기 검진

    2021년 11월 위암 전절제 수술하고 2022년 6월 1차 정기 검진으로 CT 검사를 통해 경과를 살펴봤습니다. CT 검사를 위해 사전 6시간 금식 지시가 있었는데, 깜빡잊고 점심을 먹어서 무려 5시간을 기다렸다가 검사를 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항상 정기 검진의 결과를 보는 날은 ‘혹시 재발하지는 않았을까?’하는 걱정 때문에 긴장되고 두렵습니다. 특히나 5년 후 재발을 두번이나 겪은 탓인지 지난 1주일은…

  • 5차 정기 검진

    6월 5일 정기 검진을 받았습니다. 6월 4일 밤 12시부터 시작된 금식 때문에 다음 날 검사 시간인 오후 3시까지 물도 마실 수 없었습니다. 목이 탔습니다. 충분한 시간 잤는데도 아침부터 졸립니다. 몸은 무겁고 컨디션이 좋지 않습니다. 병원은, 낯익은 병원은 언제나 사람을 주눅들게 만듭니다. 수납을 하고 검사지를 펼쳐 동선을 정하고 거리낌 없이 움직입니다. 얼마나 반복했으면 이렇게 훤할까. 채혈을…

  • 배부른 사자처럼

    요즘 산책을 할 때는 음악 대신 오디오북을 듣는다. 명상에 관한 책이다. 쿤달리니, 차크라, 경혈, 우주, 햇빛 같은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중 그래도 선명하게 이미지로 그려낼 수 있는 문장이 있었다. 배부른 사자처럼 느긋하게 숨 쉬세요. 미래를 걱정하는 생물은 사람 밖에 없다고 한다. 동물들은 그저 지금, 지금 살아 남는 것에 집중할 뿐이다. 그러니 배부른 사자는 얼마나 느긋하겠는가….

  • 벌써 1년

    작년 오늘, 세번째의 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살아 있어 고맙습니다, 라고 쓰려다가 잠시 멈췄습니다. 살아 있는 것은 물론 고마운 일이지만, 정말로 제게 위안이 되는 것은 삶과 죽음에 대해 매우 자주 생각할 수 있는 일상, 그 자체입니다. 마음이 상하거나 화가 날 때, 우울하거나 힘들 때 예전보다는 쉽게 자신을 다스릴 수 있게 됐습니다. 툭툭 털어 버릴 수 있고…

  • 입원 전 날 (11/7)

    어머니와 아이들, 다같이 호수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민준이와 예준이가 장난 끝에 싸웠다. 입원 안내 문자를 받고 다들 마음이 급해졌다. 네시간 남았다.좀 이르지만 점심을 먹기로 했다갠지스라는 인도음식점을 찾았으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 몇 번인가 맛있는 외식을 했던 ‘서울 감자탕’에 가기로 했다. 나를 포함해서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 아쉬움이나 답답답, 우울함이 잠깐이지만 사라졌다. 입 안의 즐거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이겨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