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의 삶

  • 마른 인형

    마른 찰흙인형의 머리가 떨어져 나가듯. 내 생명이 한뭉텅이씩 줄어들고 있음이 느껴진다. 나는 아마 오래 살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병에 걸릴테고 그래서 고통스럽게 죽어갈 것이다. 위장과 대장에는 매해 용종이 자라고. 죽음이 손짓하는 우울증도 있고 땀이라도 날라치면 피가 나도 가려운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 엊그제는 갑상선 결절이 있으니 조직검사를 해보라는 권고가 있었다. 아이들이 눈에 밟히고 내 죽음을 대비하느라 입시생처럼 공부하는 아내가…

  • 찰흙 인형

    마른 찰흙인형의 머리가 떨어져 나가듯. 내 생명이 한뭉텅이씩 줄어들고 있음이 느껴진다. 나는 아마 오래 살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병에 걸릴테고 그래서 고통스럽게 죽어갈 것이다. 위장과 대장에는 매해 용종이 자라고. 죽음이 손짓하는 우울증도 있고 땀이라도 날라치면 피가 나도 가려운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 엊그제는 갑상선 결절이 있으니 조직검사를 해보라는 권고가 있었다. 아이들이 눈에 밟히고 내 죽음을…

  • 마지막 잎새

    도통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에게 강제로라도 책을 읽게 만들기로 했다. 도서관에 데리고 가서 책을 골라주려고 하는데, 막상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은 지 알 수 없었다. 도서관 1층에 터치스크린 방식의 책 추천 기능이 있지만, 정답형인것 같아서 마음에 차지 않았다. 빅데이터나 AI가 이런 곳에 제대로 적용되면 좋겠다. 예준이에게는 오헨리를 골라줬다. 짧지만 읽기 쉽고 반전이 있어…

  • 내가 아닌 나

    프로작이든 데파스든, 약을 먹은 날은 확실히 다르다. 차분하지 않고 깊은 생각 없이 말하고 가급적 밝게 표현하려고 애쓴다. 상대방의 감정이나 기분에 신경쓰게 된다. 불현듯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이게 보통의 정상적인 사람들의 기분이라면 그리 달갑지 않다.

  • 상담일지

    한강의 작품을 제대로 읽기 힘들었다고 하자, 예술가 같은 면이 있다고 했다. 그런 마음도 소중하고 젖어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리의 자살과 우울증이 남일 같지 않았다고 했고, 그녀의 마음이 어땠을 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자, 오늘 5번도 더 들었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리고 배우 이은주의 이야기도 덧붙였다. 마음을 다독이는 일도 필요하고, 잘 드러내는 일도…

  • 냉장고를 받다

    어머니께서 뜻하지 않게 냉장고를 선물해 주셨다. 사연을 들어보니, 아버지께는 어려서 죽은 형제가 한 분 더 있었는데 그 뒷처리를 아버지께서 다 하셨다고 한다. 옛날에 어려서 죽은 자식은 묘도 쓰지 않던 시절이니까. 그런데 최근에 그 쪽으로 도로가 생기게 되었고 무연고자의 묘로 기록되어 임자를 찾던 중에 바로 아버지께서 만들었던 묘임을 알게 되었다. 묘를 이장하는 혹은 없애는 조건으로 보상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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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 축하 편지 2통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를 2통 받아 옮겨 둔다 김예준 아빠에게 생일 축하 드려요 아빠. 1년 동안 저희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함께 재미있는 시간 많이 보내고 싶어요. 선물은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오면 그 때 드릴께요. 몰겜한 건 잘못했으니 용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C방 더 자주 데려가 주세요. 파스타 많이 해주세요. 앞으로 오래오래 장수하세요. 예준 올림…

  • 축구와 출근

    아침부터 습한 기운에 온 몸이 축 처진다. 민준이와 나란히 아침 엘레베이터에 올랐다. 더워 보이는 유니폼을 입고 축구 가방을 챙겨 가는 민준이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힘들다고 했다. 오금이 가려운지 롱스타킹을 내려 긁고 있는 민준이를 보니 안됐다 싶어 한마디 던졌다. “힘든데 축구는 왜 해?” 민준이의 답이 인상적이었다. “아빠는 회사가는 거 힘든데 왜 해?”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 최인훈 선생 1주기

    오늘은 최인훈 선생의 1주기다. 부끄럽지만,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 손 꼽으면서 작년 이맘 때 최인훈 선생의 영면을 알지 못했다. 홍대에서 1주기 행사가 있어 일정을 넣어 두었지만 갈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아마 가지 못할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그리고 어쩌면 조금 무리하면 할 수 있겠지만, 번거롭다는 이유로 그만 두는 일이 태반이다. 이것은 게으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