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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주의보가 내린 추석

불과 두 해 전만 해도 추석이나 설 같은 긴 연휴 기간에는 어딘가로 놀러가자고 했지만, 추석에 제주를 한번 경험하고 나서 그 계획은 바로 접었다. 생각보다 비싼 교통비와 숙박비, 전반적인 지출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몇 해 전 어머니는 할만큼 했다며 30여년 넘게 챙겨오던 아버지 제사를 종료했다.
물론 제사 역시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의식이니 제사가 없어졌다해도 명절마다 식구들이 모이고 맛있는 음식을 해먹는 일은 포장지를 벗긴 선물처럼 오롯이 낭았다.

아무 것도 안한다,먹을게 없다.
말씀과 다르게 어머니의 점심은 잘 차려진 한상이었다. 점심 식사 시간의 대화는 흔치않게도 기후위기였다. 다들 머리로 알고있던 위기를 실제로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추석에도 에어컨을 켜야 견딜 수 있는 더위다.

저녁 식사는 어제 수비드로 16시간을 조리한 아롱사태 전골을 냈다. 뭐, 당신은 좀 더 쫄깃한 식감이 좋다고 한마디를 얹었지만, 그건 요리에 대한 불만으로 들리지 않았고, 외려 삶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로 연결돼 답답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동생한테 어떤 서운한(이건 어머니 표현이고, 아마 서운함을 넘어서 훨씬 기분 나쁘고 서러운 표현이었을 게다) 말을 던졌는지 모르겠지만, 동생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고 불안해 하는 것에도, 실은 당신이 자초한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니, 이제와 바뀔 리도 없고, 내 말의 뜻을 이해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의 기분과 행복을 스스로 챙기지 않는다면 인생이 대체 어떻게 행복할 수 있단 말인가.

9월 19일 오늘 아침에도 30도가 넘겠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끝나지 않는 여름을 소재로 뭔가를 써보고 싶어졌다.

‘그 해 여름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이 길고 더웠다’로 첫 문장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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