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이 소설은 매우 추천합니다.

이토록 (결말다운 결말이 없는) 신선한 마무리를 가진 소설(들)을 저는 처음 읽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에 비해 꽤나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인데도 말입니다.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아마도 제가 느낀 ‘새로움’에 반해 이 작가에 빠져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앤드루 포터를 한번이라도 읽게 되면 그의 나머지 작품들도 모두 읽게 될 것이라는 점도 확신합니다.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서는 ‘물리학을 배경으로하는 어떤 흥미로운 소설’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물리학과는 거의 관계가 없었지만 굳이 연관을 짓는다면 사람의 마음을 원자 단위에서 들여다보며 글을 쓰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섬세하고 세밀하며 감각적인 심리 묘사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집에는 총 10개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 구멍
  • 코요테
  • 아술
  •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강가의 개
  • 외출
  • 머킨
  • 폭풍
  • 피부
  • 코네티컷

첫번째 작품 ‘구멍’을 읽고 나서는 ‘아? 이게 뭐야?’하는 충격을 받았고 두번째 소설도 세번째 소설도 모두 같은 스타일과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깨닫고 제가 ‘앤드루 포터’라는 새롭고 진귀한 보석을 발견했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의 소설은 특별한 갈등이 없고 모두가 화해하는 결말도 없습니다. 마치 사람들의 일상을 스냅샷으로 찍고 길게 콜라주한 느낌입니다. 그러나 그 긴 스냅샷에 들어있는 사람들의 표정과 미소, 눈물, 여러 사물과 사물의 뒤섞임과 혼란함 등이 모두 의미있게 배치되어 사진 한장 한장을 들여다보면서 독자는 정말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표제작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노교수와 젊은 제자의 이상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게 연애인지 사랑인지 우정정이 불륜인지 알 수 없지만 둘 사이를 오가는 그 감정 하나 하나를 담담하고 진솔하게 그려놓아 인간이 인간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근원적인 애정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심리 세밀화’ 정도의 이름을 붙여 봅니다.

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버리게 되니까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그래봐야 단둘이 보낸 두번째 시간이었고, 우리의 공식적인 첫 데이트였는데도,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나 빨리 편안하고 평혼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마치 평생토록 어떤 깊은 방식으로 그를 알아온 것 같았다… 내 마음이 은밀하게 떨렸던 것도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늦도록 얘기를 나누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내가 그곳에 가는 이유는, 지금껏 그 어떤 곳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이, 그의 작은 아파트 테두리 안에 있을 때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우정을 다음 단계로 가져가는 것에 대한 그의 양면적인 감정은, 그로 인해 훗날 내가 자신에게 분개할지도 모른다는 깊은 두려움에서 비롯되었던 것이 분명하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당신이 언젠가 이런 만남을 되돌아보며 나를 미워하게 될까봐 두려워요.” 나는 그를 보았다. “내가 두려운 게 뭔지 알아요. 로버트?” 나는 그의 손을 만지며 말했다. “나는 내가 당신을 미워하지 않게 될까봐 두려워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마지막으로, 예스24의 작가 소개를 옮겨 둡니다.

197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랭커스터에서 삼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자랐다. 뉴욕의 바사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아이오와 대학 작가 워크샵에서 예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아이오와를 떠날 때쯤 제임스 미치너 펠로십을 받으면서 휴스턴으로 이주한다. 그곳에서 하루에 여섯 시간씩 소설 창작에 전념하며 소설집 출간 준비를 마친다. 그때가 1999년, 포터는 아직 서른이 안 되었을 나이였다. 하지만 이즈음 도둑을 맞아 집이 털리는 사고를 당하는데 원고를 통째로 분실하고 만다. 기억을 더듬어 다시 쓰려 했지만 정확한 어조와 표현은 아무리 해도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몇 년 동안 생계유지를 위해 지역 글쓰기 센터에서 강사를 하는 등 힘든 세월을 겪으며 작가의 길을 거의 포기하기에 이른다. 돌파구는 2001년에 가까스로 메릴랜드 대학에서 방문 작가 자리를 얻으면서 열린다. 다시 작가의 길로 접어들면서 발표한 단편들이 유명세를 타게 되는데, 「아술」은 스티븐 킹이 선정하는 『2007 미국우수단편선집』에 들어갔으며, 「외출」은 푸시카트 상을 받으면서 미국공영라디오에 소개되었다. 주위에선 무엇보다도 돈이 되는 장편소설로 선회하기를 권했으나, 포터는 작가에게는 자신만의 호흡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임을 알았다고 한다.

아이오와 시절부터 혼자 일하는 스타일로 주위 사람들에게 원고를 잘 보여주지 않은 편이었다. 특히 작품마다 일인칭 화자를 꼭 등장시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데, 인물 스스로 목소리를 내게 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친밀감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 도스토예프스키의 『도박사』와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의 화자를 좋아하며, 존 치버와 리처드 포드의 작품을 선호한다고 밝힌다. 2008년에 출간한 처녀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으로 단편소설 부문 플래너리 오코너상을 수상했으며, 스티븐 터너상, 패터슨상, 프랭크 오코너상, 윌리엄 사로얀상 최종후보작으로 뽑혔다. 당시에는 조지아 대학 출판부라는 작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는데, 수상 후 2010년 랜덤하우스의 빈티지 출판사가 페이퍼백으로 재출간했다. 이후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십여 개 국가에서 번역되어 나오면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에 살면서 연내 출간을 목표로 장편소설을 준비 중이며, 트리니티 대학에서 문예창작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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