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 마돈나 (8/10)

게이/레즈비언의 담론은 결국 정치적인 다양성의 문제이다. 게이/레즈비언을 이야기하는 것은 호르몬의 문제도 아니고 염색체의 문제도 아니고 정신 건강의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내 것과 다른 사람/사고/양식을 얼마나 존중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개인보다는 국가, 나보다는 사회가 우선시되는 한국 사회에서 게이/레즈비언 담론은 곧 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금기의 하나일 뿐이다. 사회적인 소수를 무시하지 않고 수용하는 성숙한 다원주의가 그 사회의 건강함을 증명하는 것이라면, 이런 영화는 우리 사회가 조금씩 건강을 되찾고 있음을 의미하리라.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가 애매한 목소리로 조심조심 내비출 수 밖에 없었던 그 금기의 이야기가, 이제는 유머로 포장해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러워졌다.

그럼에도 영화는 여전히 무거운 뒷맛을 남긴다. 끝까지 끝까지 농담으로 일관할 수는 없었을까?

ps.Steve Jobs Speech가 스탠포드에서 했던 연설을 보고 있노라면 학사모를 쓰고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한국의 대학 졸업식장에서는 볼 수 없는) 졸업생의 모습이 얼핏 스친다. 이 작품은 한국 사회에서 그런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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