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지옥변을 읽었다. 그 짧은 단편을 읽으면서 그가 주장하는 예술 지상주의가 무엇인지 눈 앞에서 설명을 듣는 것처럼 확실하게 알아 들었다. 요시히데가 바라보는 불타는 마차와 그 속으로 뛰어는 원숭이 요시히데와 그 안에서 불타는 그의 딸, 그리고 그 모두를 겁에 질려 바라보는 영주. 그리고 마침내 지옥변에 담긴 진홍빛 화염의 불길을 통해서 말이다. 소설을 읽는 동안…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지옥변을 읽었다. 그 짧은 단편을 읽으면서 그가 주장하는 예술 지상주의가 무엇인지 눈 앞에서 설명을 듣는 것처럼 확실하게 알아 들었다. 요시히데가 바라보는 불타는 마차와 그 속으로 뛰어는 원숭이 요시히데와 그 안에서 불타는 그의 딸, 그리고 그 모두를 겁에 질려 바라보는 영주. 그리고 마침내 지옥변에 담긴 진홍빛 화염의 불길을 통해서 말이다. 소설을 읽는 동안…
세 번역이 모두 그르지 않은 것은, 고대 희랍인들에게 아름다움과 어려움과 고결함이 아직 분절되지 않은 관념이었기 때문이다. 모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었다. 말을 잃은 여자와 눈을 잃어가는 남자의 입맞춤은 세상의 끝에 있다는 거대한 폭포를 향하듯 위태하고 가엾다. 한강은,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말에 올라타 곡예를 하듯 아슬한 글을 쓴다. 그녀의 문학적 생명이 부디 길기를 바란다.
오늘은 최인훈 선생의 1주기다. 부끄럽지만,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 손 꼽으면서 작년 이맘 때 최인훈 선생의 영면을 알지 못했다. 홍대에서 1주기 행사가 있어 일정을 넣어 두었지만 갈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아마 가지 못할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그리고 어쩌면 조금 무리하면 할 수 있겠지만, 번거롭다는 이유로 그만 두는 일이 태반이다. 이것은 게으름인가?
‘푸른 수염’이라는 원작 동화가 있는 줄 몰랐다. 책의 말미에 번역가 이상해씨의 소감을 읽고 알게 됐는데 꽤나 잔혹하다. (미안하지만 이상해씨는 글을 쓰지 않는게 좋겠다. 작품이 가진 여운을 모두 날려버린다.) 아멜리의 경우 원작을 재해석한 작품이 꽤 많은데 이런 패러디보다는 오리지널 작품이 훨씬 좋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리지널 창작에서 그녀의 기발한 창의력이 훨씬 돋보인다. 연쇄살인마와 아멜리의 대결, 결말이 궁금했지만…
원제는 Things fall apart이고 영어로 쓰여졌다. 때문에 이 작품이 온전한 아프리카 문학인지 잠시 의문이 들었다. 1/3 정도 읽고서 아프리카를 이렇게 제대로 묘사한 작품은 처음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보다 완벽한 제목은 없을 것이라는 감탄도 들었다. 원제의 느낌을 한국어 제목이 충분히 살리고 있는지, 나라면 어떻게 번역했을 지도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 Things는 그야말로 Things다. 부족, 친척, 풍습, 신, 규율,…
손흥규의 글은 아기자기하지만 묵직하다. 글 쓰기를 운명처럼 생각하는 작가에게서 나타나는 무게와 아우라이다. 김수영이나 최인훈같은 천재들의 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고. 대부분의 작가들은 열심히 쓴다. 쓰고 또 쓴다. 그들 중 일부는 제법 울림도 있고 깊이도 있지만 거기까지이다. 마르께스의 마술같은 리얼리즘을 따라하는 실험도 재미는 있었지만, ‘백년 간의 고독’을 통해 이미 감동할만큼 감동한 나는 손흥규가 이런 시도를 그만…
마음이 허허하다.책장을 덮고나니 ‘엄마’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이 가득하지만 그게 반드시 뭔가를 후회하거나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 거나 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래 이런 삶도 있었지, 모양은 다르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다 이럴거야, 이런 면은 우리 엄마랑도 비슷하네, 나도 언젠가는 이런 후회를 하겠지… 봄 햇살이 드는 창가 침대에 앉아 작가의 말, 마지막 문단을 읽으면서 아쉼이 컸다. 더 읽고…
심플 플랜 –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비채 지금도 그렇겠지만,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그것이 이야기가 될 법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짤막하게 줄여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반응을 살펴본 적이 있었다. 심플플랜은 그런 면에서 합격이다. 이야기를 간단히 줄이면 “어느 겨울,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추락한 경비행기를 발견한다. 나와 형, 형친구, 세 남자는 그곳에서 우연히 400만불을 손에 넣는다. 여름이 될 때까지…
유령 – 강희진 지음/은행나무 작년 7월에 산 책을 이제서야 마쳤다. 몇몇 지인이 책을 내거나 당선이 됐었지만 희진형은 특별하게 기쁘다. 중후반까지 흡입력 있게 읽히는 소설의 후반부는 다소 맥이 빠지는 부분도 있고 특히 정주 아줌마의 유서에 쓰인 문장은 너무도 유려해서 현실감이 떨어질 정도였다. 그러나 탈북자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념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현실 세계의 여러 문제들을 놓치지 않고 있음에…
유령 – 강희진 지음/은행나무 출근 길에 좋은 소식을 하나 들었다.내 학창 시절을 함께 지낸 兄의 문학상 수상 소식. 형은 늘상 담배를 손에서 떼지 못했던 사람이었고 진지한 사람이었고 장례식장에서도 뭔가 생각이 나면 메모를 하는 열의가 있었고 뚝심이 있는 사람이었다.가끔은 형의 원고를 타이핑하기도 했고 교정을 보기도 했었고 내러티브나 상징이나 표현에 관한 의견을 전하기도 했었다. 형의 어떤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