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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카라 2. 9천 년 시간을 거슬러, 아나톨리안 문명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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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스탄불 셋째날 – 테셰퀼 에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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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R로 보는 튀르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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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카라에서의 첫 식사는 다소 과감했다. 1950년부터 운영된 보아지치 로칸타스(Boğaziçi Lokantası)에 갔는데, 이곳은 터키 정통 집밥 요리를 하는 곳으로 진짜 터키 맛을 느낄 수 있다. 매일 메뉴가 조금씩 바뀌는 ‘오늘의 요리’ 시스템이다.

주문 방식도 독특했다. 손님이 주방을 들여다보고 냄비나 쟁반에 진열된 수십 가지 요리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문한다. 그러나 우리 눈으로는 어떤 음식인지, 무슨 맛인지 알 수 없었다.

가장 유명한 메뉴인 앙카라 티바(양고기와 쌀밥을 함께 조리한 요리)와 이슬람 케밥(튀긴 가지로 고기를 감싸 구운 요리)을 주문했다. 야채가 먹고 싶다던 아내가 이슬람 케밥을 골랐는데 야채는 거의 없었다. 우유 푸딩 후식이 유명했지만 나가서 커피를 마시기로 하고 건너뛰었다. 아마 터키에서 가장 비싼 한 끼였을 텐데, 진짜 터키 전통 음식을 먹었다는 것 말고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뒤이어 방문한 곳은 아나톨리아 문명 박물관. 12유로의 입장료는 터키 물가로는 매우 비싼 편이었는데, 지금 와 생각해 보니 이곳은 절대로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곳이었다.

박물관 입구에 목이 없는 남성 석상이 있어서 다가가 설명을 보았다.

Male Statue
Roman Period 3rd century A.D.

서기 3세기? 그러니까 대략 1,800년 전의 석상이 이렇게 비바람에 노출된 채 아무렇지도 않게 박물관 밖을 지키고 있단 말인가? 더 놀라운 것은 이 로마 시대의 석상조차 이 박물관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속하는 유물이었다는 점이다. 박물관 안에는 기원전 7000년경, 그러니까 9천 년 전의 유물도 가득했다.

기원 전의 유물을 이런 야외에서 접한 것은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 후 박물관에서는 고대 아나톨리아 문명의 위용에 말 그대로 압도당했다. 한때 이 지역을 호령했던 문명들이 이룬 찬란한 시간과 역사, 동서양의 문명이 끊임없이 섞이며 상승하는 문화의 소용돌이. 아나톨리아 박물관에서의 두 시간은 인류 문명의 위대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아나톨리아 문명 박물관은 아타튀르크가 히타이트 문명을 보존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박물관 건물도 15세기에 지어진 오스만 제국 시대의 시장과 여관을 개조한 것으로, 박물관 자체도 역사적 가치가 높다. 1997년에 ‘유럽 올해의 박물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물관에서는 구석기 시대부터 청동기 시대를 거쳐, 이 박물관의 하이라이트인 인류 최초로 철기를 사용한 히타이트 문명과 미다스 왕의 무덤에서 나온 프리기아 유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그리고 약 9천 년 전의 유물인 차탈휘위크 유적도 볼 수 있는데, 인류가 막 모여 살기 시작한 신석기 시대였다.

좀 더 쉽게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자면, 약 5천 년 전 한국에서는 신석기 시대가 시작되었던 반면, 아나톨리아에서는 이미 청동기 시대에 접어들었던 것이다.

아나톨리아 박물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세 가지다.

1. 차탈휘위크의 ‘앉아 있는 여신상’ (Seated Mother Goddess)
기원전 6000년경, 신석기 시대 풍요와 다산의 상징. 무엇보다도 8천 년 전이라는 짐작도 못할 시기에 만들어진 유물이 지금도 공감을 끌어내며 ‘인류는 무엇인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만든다.

2. 하티의 ‘태양 원반’ (Sun Disc)
기원전 2,500년경 청동기 시대의 의례 도구. 원반에 사슴, 태양, 황소 등이 조각되어 있는데, 그 제련 기술과 세공 기술이 놀라웠다. 4천 5백년 전에 만든 예술품의 수준을 보라.

3. 미다스 왕의 ‘나무 테이블과 유물들’ (Phrygian Wooden Furniture)
프리기아 왕국의 미다스 왕 무덤(고르디온 고분)에서 발견된 유물들. 만지면 모두 황금으로 변하는 손을 가졌다던 그 전설의 왕이다! 수천 년 전의 나무 테이블과 청동 그릇을 볼 수 있는데, 정말 미다스 왕은 황금 손을 가졌었나 하는 궁금증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외에 중앙 홀의 ‘히타이트 석상 부조’도 압도적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박물관이 히타이트 전체 유물의 30% 정도만 전시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박물관 안 전시 공간도 충분하지 않아 수천 년 전의 유물을 적당히 겹쳐서 전시해 두고 있었다.

‘와아!’

박물관을 돌아보는 내내 감탄사는 끊이지 않았고 고대의 시간과 문명이 결코 현대에 뒤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깊게 감동했다. 우리의 현대 문명은 1천년 후에 어떻게 비춰질지 그리고 그 후손들도 그렇게 감탄하게 될 지. 역사가 전해주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튀르키예 10일의 기록: 동서양이 만나는 땅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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