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란볼루 둘째날 – 고양이가 안내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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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란볼루 둘째날 – 고양이가 안내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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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R로 보는 튀르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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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란볼루는 나무와 돌, 그리고 샤프란의 향기가 흐르는 오스만 제국의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좀 더 풀어보자.

첫 번째, 황금보다 비싸다는 최고급 약재이자 염료인 샤프란의 집산지. 샤프란볼루는 말 그대로 ‘샤프란의 도시’라는 뜻이다.

샤프란볼루 둘째날 – 고양이가 안내한 아침

두 번째,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 동서양을 잇는 터키는 늘 실크로드와 떼려야 뗄 수 없는데, 특히 샤프란볼루에는 17세기에 지어진 ‘진지 한’이라는 캬라반 숙소가 있다. 이 숙소는 아직도 호텔과 카페로 사용되고 있다. 한적한 오후, 진지 한에 들러 마치 동서를 가르는 상인인 양 진한 터키 커피를 한 잔 즐겼다.

세 번째는 코낙. 17세기에 지어진 전통 가옥으로, 하얀 벽면과 나무 프레임, 붉은 기와 지붕이 인상적이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터키의 아침은 역시 카흐발트. 숙소의 친절한 아주머니께서 정성을 담아 차려주신 카흐발트에 절로 기분이 흥겨워졌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흐드를륵 언덕으로 향했다.

흐드를륵 언덕으로 올라가는데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를 이끈다. 우리가 멈춰 서면 고양이는 우리를 바라보며 기다렸다가, 다시 발을 옮기면 함께 걸으며 흐드를륵 언덕까지 함께 올랐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장면이라 우리는 매우 감동했다.

흐드를륵 언덕은 ‘하산 파샤’ 등 성자들의 묘가 있는 곳이며, 동시에 샤프란볼루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이기도 하다. 특히 아침에 오르면 붉은 기와지붕으로 뒤덮인 구시가지 전체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해 질 녘 노을이 붉은 지붕을 비출 때도 아름답다고 했다.

흐드를륵 언덕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서서, 앉아서, 걸어다니며, 고양이를 부르기도 하고, 언덕을 내려다보고, 산을 내려다보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튀르키예에 다시 오게 된다면, 그리고 샤프란볼루에 다시 오게 된다면 그 이유는 흐드를륵 언덕에서 보낸 오전 시간 때문일 것이다.

사프란볼루 도시 역사 박물관에 들렀다. 이 박물관은 정부 청사를 개조한 곳으로, 로마 시대부터 오스만 제국을 거쳐 터키 공화국에 이르기까지의 유물과 자료를 볼 수 있었다. 사실 박물관보다는 가는 길, 길가에서 만난 고양이, 따뜻한 햇살, 코낙으로 가득 찬 거리, 이런 것들이 더 마음에 들긴 했다.

언덕을 내려와 우리는 샤프란볼루의 구시가지 ‘차르시 지구’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옛 시장 골목으로, 대장장이, 제화공, 제빵사 등 전통 장인들의 공방이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이 샤프란볼루 구시가지는 튀르키예에서 기념품을 구입하기 딱 좋은 지역이다.

무엇보다 다른 지역에는 없는 샤프란이 있다. 나는 샤프란볼루에 와서야 샤프란을 실물로 보았고, 샤프란 티를 마셨고, 샤프란 밥을 먹었다. 이보다 매력적인 선물이 있을까?

그리고 샤프란이 들어간 로쿰이 있고, 견과류가 들어간 로쿰도 아주 좋다. 금은 세공을 하는 공방에서 만드는 반지나 목걸이도 매우 섬세하다. 올리브를 주재료로 한 바디 로션이나 핸드크림도 이스탄불이나 앙카라에 비하면 거의 절반 가격에 구할 수 있다.

흔히 ‘악마의 눈’이라고 부르는 ‘나자르 본주’는 질투나 시샘의 시선을 대신 받아주는 부적인데, 유리나 가죽 등으로 만든 목걸이, 팔찌, 귀걸이, 유리 장식, 벽걸이용 장식, 열쇠고리 등 다양한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차르시 지구에 마음에 드는 제품이 아주 많아서 우리는 평소와 달리 이런저런 기념품과 선물을 구입했다.

구시가지 탐방을 끝내고 우리는 토카틀리 협곡으로 이동했다. 협곡까지 가는 대중교통이 없어서 관광 안내소에 들렀는데, 왕복하는 정액제 택시가 있었다. 도착해서 1시간 기다려주고 이후 다시 돌아오는 방식이었다.

도심을 벗어나 택시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니 거대한 협곡이 나왔다. ‘크리스탈 테라스’라는 멋진 이름이 붙은 (한국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유리 바닥의 전망대가 있는데, 마침 문을 닫아 둘러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건 ‘인제카야 수도교’였다. 거대한 아치형 돌다리. 저길 어떻게 가나 싶었는데, 마침 남자 두 명이 다리 위를 서성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계단을 따라 협곡 아래로 내려갈 수 있었는데, 대부분 건조한 지형의 튀르키예에서 오랜만에 맑은 계곡물을 만나니 그 또한 반가웠다.

사프란볼루 구시가지 중심에는 ‘진지 한’이 있는데, 예전에 실크로드 상인들을 위한 교역소였고 지금은 카페와 숙소를 겸하고 있다. 17세기에 이곳에서는 먼지 묻은 비단과 향료를 가득 실은 낙타 수십 마리와 함께 인부들의 고함 소리가 가득했을 것이다. 우리가 차를 마시는 테이블에는 각국의 상인들이 모여 차이 티를 마시며 자신들이 지나온 여정을 나눴을 것이고, 2층의 숙소에서 가야 할 길과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잠을 청했을 것이다. 그 숙소는 지금도 여행객을 위한 숙소로 사용되고 있다. 아내는 이곳을 역사 기행 프로그램에서 봤다고 했다.

이렇게 샤프란볼루에서의 두 번째 날도 모두 지났다. 샤프란볼루는 다시 생각해 봐도 좋은 기억만 남아있는 그리운 동네다.

튀르키예 10일의 기록: 동서양이 만나는 땅을 걷다

사프란볼루 첫째날 – 그림 속의 집으로 앙카라 1. 튀르키예의 심장, 아타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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