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매버릭 (9/10)

탑건:매버릭 (9/10)

전작 ‘탑건’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강력히 추천합니다.

탑건:매버릭 (9/10)

탑건:매버릭은 아주 잘 만든 상업 영화죠. 전작 탑건도 그렇습니다.

저는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도 좋아하고, 토니 스콧의 크림슨 타이드도 좋아합니다. 둘의 작품은 약간 차이가 있지만 그게 능력의 차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모두 뛰어난 감독입니다.

어쨌거나 제게 ‘탑건’은 1986년 냉전 시대에 조각같이 잘생긴 탐크루즈를 데려다가 전세계 평화를 수호하는 강대한 미국의 이미지를 그럴싸하게 포장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옛날 저는 탑건이 재미는 있을지언정 감동이나 메세지는 하나도 없는 전형적인 미 제국주의 선전 영화라고 생각했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 ‘탑건: 매버릭’ 역시 실은 ‘탑건’과 다를 게 거의 없었는데도 영화을 보는 내내 계속 아련한 느낌이 들었고 순간 순간 눈이 뜨거워지는 장면도 많았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영화 탑건(과 냉전과 제국주주의와 젊은 탐 크루즈와 아이스맨 등등)은 저의 청춘 시절이었던 반면 탑건:매버릭(과 스마트폰과 적을 찾을 수 없는 미국과 늙은 탐 크루즈와 행맨 등등)은 이제 청춘과는 전혀 상관 없는 지금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젊음과 충동, 열정과 치기, 조급함과 두려움, 그럼에도 부족함을 모두 뒤덮고 남는 젊음이라는 가능성. 제게도 그런 한 때가 있었다는 것을 ‘매버릭’이 떠올려 주었습니다.

‘그 때는 그랬지’

탑건 매버릭은 그런 향수를 담고 있었습니다. 더이상 파일럿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포르쉐 911과 머스탱 경비행기, 잘 늙어가는 탐 크루즈와 발 킬머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멋진 게 젊음만은 아니니까요.(발 킬머가 실제로도 후두암 투병중이라는데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1986년 이후로 이십몇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저라는 인간도 달라진 게 별로 없었습니다. 나이를 좀 더 먹었고 여전히 영화 보기를 즐기고 여전히 영화평을 남깁니다. 단지 이제는 같이 영화를 보는 사람이 친구가 아니라 아이들이라는 정도?

추억할만한 좋은 한 때가 있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멋진 인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Similar Posts

  • 슈렉2 (7/10)

    슈렉2(http://www.shrek2.com/)는 지난 주말에 봤습니다.(역시 포스팅은 습관입니다.) 슈렉1이 명작인 이유는 단 하나, 독설과 역설이었습니다.못생기고 냄새나는 Ogre가 주인공으로 설정되고, 마법이 풀린 공주 역시 Ogre가 되버리는.기존의 모든 형식을 뒤집어 엎은 채로 결말을 내버린 탓에슈렉2는 사실 원작을 능가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물론, 렌더링의 기술적인 발전이야 있었겠지만요.슈렉2의 피오나 공주는 결과적으로는 ‘Ogre의 외모’때문에 슈렉을 원상태로 돌리는 자가당착의 모순에 빠지게…

  • 나의 아저씨 (9/10)

    나의 아저씨는 모순적이다. 옛날엔 일상이었지만 지금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과 상황이 동시에 엮여 뿌려지면서 묘한 감동을 끌어낸다. 예를 들어, 한편에서는 대기업 임원 승진을 온 동네가 축하하고 있는데, 또 한편에서는 그 임원 승진 때문에 스마트폰을 도청하고 네트웍을 해킹하는 첨단 범죄가 판을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어느 시골 마을 입구에 날리는 ‘사법시험 합격’ 등의 플랭카드를…

  • Butterfly effect (8/10)

    영화 정보 : http://www.imdb.com/title/tt0289879/ 0. 탄탄한 시나리오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치밀하고 정교할 뿐 아니라, 구성상으로는 시간을 넘나들고 그에 따라 극의 내용도 바뀌는 것이어서 다 보고나면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1. 다양한 인생?인생의 많은 선택들은 끊임없이 타인에게 영향을 끼친다…그 선택을 바꾸더라도 결과는 호전되지 않는다…이런 주제의식을 담은 비슷한 작품을 떠올릴 수 있다면 당신의 영화센스는 보통 이상입니다.자료에 의하면, Destination의 속편을…

  •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1/10)

    최악입니다.최악의 시나리오에최악의 캐스팅그리고 최악의 연기까지.전지현은 이제 확실히 정점을 지났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앞길은 그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내리막이 될 것입니다.두가지의 문제입니다. 1. 황금 거위전지현의 소속사인 싸이더스는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황금거위의 배를 갈랐습니다.그 결과 동화의 우울한 결말과 마찬가지로전지현은 죽었으나(곧 죽겠지만. -_-) 황금은 나오지 않게 되버린 것입니다. 2. 전지현그녀는 CF model이지 연기자는 아닙니다.전작 4인용 식탁에서 그 일말의…

  •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1 (8/10)

    (슬래셔 무비에 거부감이 없다면) 단연코 추천합니다. 이 재미있는 슬래셔 드라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이하 AHS)에 대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형편없는 시즌 ‘로어노크’ 때문이다. 내가 AHS에 빠져든 가장 큰 이유는, 9개의 시즌이 모두 다른 이야기이면서 같은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배우들의 변신을 보는 즐거움이랄까? 예를 들어 시즌 1 ‘저주받은 집’에서 가장 지독한 악령으로 등장하는 테이트는…

  • 볼트 (9/10)

    http://www.imdb.com/title/tt0397892 20자평 :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저 멀리서 누가 날 부르고 있어강아지를 길러 본 사람은 아마 그 녀석 생각이 날 게다. 관련된 글: scanner darkly (8/10) 월E (10/10) 무간도 (10/10) 선생 김봉두 (8/10) 매트릭스 리로디드 (10/10) 웰컴투 동막골 (7/10) 그놈이다 (7/10) 러빙 빈센트 (2017) (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