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2023) — 빔 벤더스 (8/10)

    사진을 좋아하는 동료가 있다. 취향이 비슷해 이야기를 나누면 늘 즐거운 사람인데, 요즘 재미있게 본 영화를 물었더니 ‘퍼펙트 데이즈’를 꼽았다. 찾아보니 빔 벤더스 감독 작품이다. 빔 벤더스. 전후 독일 사회의 불안을 스크린 위에 사실주의로 새긴 감독, 내가 대학 시절 즐겨 찾던 이름이다. ‘베를린 천사의 시’, ‘파리 텍사스’, 그리고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페널티킥을 앞에 둔 골키퍼의 불안’ 그런…

  • 2025년 일본 도쿄 여행

    두 아들의 졸업 기념으로 셋이서 일본 여행을 하게 됐다. 둘째가 뜬금없이 일본에 가서 옷을 사야겠다고 말을 꺼냈고, 일정을 짜다가 큰아들도 함께 하게 됐다. 이렇게 셋이서 해외 여행은 처음이다. 같이 다녀오길 잘 했다 싶고, 일본 시내를 혼자서도 잘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보니, 다 컸다 싶은 서운함도 좀 있다. 품을 떠나 제대로 서길 늘 바래왔지만 막상 언제라도 떠날…

  • 2023년 북해도 (7월 22일 ~ 7월 25일)

    올해 3월 쯤이었네요. 날이 포근해지면서 어디라도 떠나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한국에서 가장 가깝다는 후쿠오카를 혼자서 다녀오려고 했습니다. 4월의 평일이면 비행기도 숙소도 비싸지 않고 잘하면 벚꽃도 볼 수 있겠네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여행 계획을 말하자 아내는 7월에 아이들 방학 일정에 맞추는게 같이 가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코로나가 풀렸고 어딘가로 나가고 싶은 건 저 뿐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결국…

  • 프렌즈 후쿠오카

    후쿠오카를 가고 싶은 마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후쿠오카를 가기 위해 이 책을 고르지는 않았습니다. 도서관에 가면 눈에 들어오는 책이 정말 많은데 특히 이런 여행 안내 서적은 한두권이라도 뒤적이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가면서 다시 해외여행이 증가하는 탓인지 도서관에는 신간 여행 서적이 부쩍 많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여행책을 (여행의 목적 없이) 즐겨 읽는데…

  •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연휴가 시작되던 첫번째 밤, 잠이 오지 않아 이북 리더기를 열고 신간 중에 대여가 가능한 책을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e-ink 방식의 디스플레이에서는 제목도 저자도 책표지도 잘 보이지 않아 내용은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시를 쓰는 남학생과 난독증이 있는 여학생의 이야기였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수월하게 읽혀 ‘이런 류의 소설은 또 처음이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상대로 이 둘은 곧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고…

  • 나스 슈트게이스의 철새 (10/10)

    전작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이 재미있었다면, 바로 이어서 보세요. 전작에서 페페가 첫번째 우승을 거머쥔 이후 여러 대회에서 포인트를 따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동료 초치는 동경하던 레이서의 죽음으로 인해 자전거를 그만둘까 하는 실의에 빠져있지요. 대회 당일, 장대 비가 쏟아지는 업힐을 마치 연어처럼 올라가는 두 사람. 역시나 한시간에 채 되지 않는 짧은 작품이고 그저 대회 하나를 이모저모…

  •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10/10)

    강력히 추천합니다. 특히 로드 자전거를 좋아하신다면 필수입니다. 로드 자전거에 대한 어떤 정보를 찾다가 발견한 작품입니다. 런닝타임이 47분으로 그리 길지 않지만 페페의 레이스를 지켜보는 내내 저는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인생, 사랑, 결혼, 가족, 형제, 열정, 팀과 동료, 추억 같은 것들 말입니다. 심지어 복수나 음모, 반전, 갈등 같은 극적 요소가 전혀 없는데도 작품의 몰입도가…

  • 스파이X패밀리 (10/10)

    매우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 작품은 완벽합니다. 스토리, 작화, 캐릭터, 동화, 칼라, 대사, 성우, 미장센과 인트로와 아웃트로, 그리고 작품 전체에 내포된 이중성에 대한 철학까지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심지어 이 애니는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종종 반복 재생하는 다른 애니들-카우보이 비밥, 공각기동대, 에반게리온 등-에 비해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물론 지금도 따로…

  • 아웃레이지 비욘드 (9/10)

    추천합니다. 기타노 다케시의 장기인 ‘폭력으로 그린 세밀화’를 또 볼 수있습니다. 하나비, 자토이치, 소나티네,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등 기타노 다케시가 좋은 배우이자 감독이었던 여러 작품이 떠오릅니다만, 제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기쿠지로의 여름’입니다. 야쿠자인지 영화 감독인지 영화 배우인지 모를 만큼 현실감 넘치는 야쿠자 영화들을 많이 찍었지만, 기쿠지로에서 보여준 노쇠한 야쿠자만큼 인상적인 연기와 연출은 없었습니다….

  • 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집입니다. 제목같이 나의 시점에서 씌여진 글들이고 일부는 아주 재미있고 일부는 그저 그렇습니다. 돌베개에 7크림 27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 51위드 더 비틀스 With the Beatles 73『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123사육제(Carnaval) 149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 183일인칭 단수 215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은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이었습니다. 온천에 들어가 있는데 원숭이가 들어와서 “등을 밀어드릴까요?”라며 말을 걸어 오는 순간부터 깜짝 놀라서 한글자도 빼놓지…

  • 야차 (7/10)

    추천… 하지 않습니다. 먼지 하나 없는 깔끔한 옷을 센스있게 잘 차려입은 멋쟁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뭔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영 어색하고 앞뒤가 맞지 않아서 매력이 떨어집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사람이 떠 올랐습니다. 세련된 총격전과 카메라 워크, 개성있는 캐릭터 같은 좋은 매력이 많지만 몰입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그럴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거슬렸던 것은 각국의 첩보부가 부딪치는 선양에서…

  • 신 테르마이 로마이 (3/10)

    추천하지 않습니다. 1화에서는 고대 로마의 목욕탕 건축가가 현대 일본으로 타임 슬립한다는 발상이 매우 독특하고 재미있었습니다만, 타임 슬립에서 로마로 복귀한 이후의 에피소드가 평범한데다가 결국은 로마도 인정한 일본의 자랑스러운 목욕 문화로 결론나는 것이 매우 불쾌합니다. 물론 일본이 사물을 잘 활용해서 스토리를 만들고 상품화하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그들의 문화가 뛰어나다는 뜻은 아닙니다. 원작의 만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