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 정기검진
검사 시간이 오후로 잡혔다. 어젯저녁부터 거의 열여덟 시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배고픔도 목마름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이 이상하리만치 맑아졌고, 그 고요한 틈으로 답답함과 좌절과 허망함이 마음 깊은 곳에서 천천히, 그러나 절절하게 차올랐다. 얼마나 더 아프고, 얼마나 더 힘들어야 이 싸움이 끝날까. 주차를 하고 병동으로 향하는 길에 낯선 출입구를 발견했다. 새 길인가…
재우려고 같이 누웠는데 기침이 심하게 났다. 갑자기 예준이가 “휴.. 엄마 내일 병원 가봐야겠다”라며 졸린 목소리로 말한다.
어제도 개발 관련 미팅을 하다가 늦었는데, 아내는 두 아들을 데리고 병원엘 다녀왔나 보다. 예준이는 배가 아프고 민준이는 열이 났다고 했다. 미안하기도 하고 이게 아닌데 싶기도 하고, 그렇다. 아침엔 예준이와 통화를 했는데, 사실 아직 제대로 된 대화는 힘들다. 하지만 마지막 예준이 목소리는 뚜렷이 기억난다. “아빠, 끼너~”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