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너다

강을 건너다

그 곳에서는 또 다른 형태로 삶이 있었다.

큰 강을 사이에 두고 강 이쪽은 현재의 지구와 비슷하지만 훨씬 덜 분주하고 훨씬 더 깨끗한 일상이 있었고, 강 건너 저쪽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강을 건너간 사람들과는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크고 작은 이별이 쉴 새 없이 진행됐고 사람들은 조용히 강을 건너갔다. 누구도 강제하지 않았지만 주어진 날이 되면 강을 건너가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 날은 박헌영이 눈에 띄었다.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다수의 남자들의 분주하게 움직였고 나머지 사람들 중에 백범과 몽양이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조선 노동당의 창시자를 여기서 만나다니.

날씨는 밝았고 기온은 따뜻했다.

강을 건너다

상태의 어머니는 누군가와 통화를 마치고 수화기를 상태의 동생에게 건넸다. 동생은 예의 웃음 소리와 함께 간결하고 짧은 대답을 몇번 하고는 수화기를 상태에게 건넸다.

상태는 그 전화가 강을 건너려는 아버지로부터 전해져 온, 그러니까 이제는 앞으로 더 연락할 수 없는 마지막 전화인 것을 처음부터 직감하고 있었다.

전화기를 건네 받고 상태는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었다. 담담한 상태의 마음과 달리 눈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힘 없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잘 지냈어?”

그 긴 시간 동안 가장 궁금했을 물음, 따뜻하고 따뜻한 목소리.

상태는 그동안의 기억과 추억과 그리움이 한꺼번에 분출되어 걷잡을 수 없게 되버렸다. 눈물을 훔치고 흐느끼며 대답했다.

“같이 등산하고 낚시 했던 거 참 재밌었어요. 몇번 못했지만”

상태는 더이상 말을 할 수 없었고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상태는 그도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두 사람은 아무 대화 없이 1분 넘게 수화기를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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