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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10일~ 12일, 울산-부산

  • yoda 

후배를 만나기 위해 울산에 내려갔습니다.

예전에 후배가 힘든 일을 겪을 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 것이 늘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앞으로는 자주 보자고 말하고 싶어서 찾아갔습니다.

이 여정에 뜻하지 않게 둘째 아들이 동행하게 됐고 (놀랍게도) 생전 처음 단둘이 여행을 가게 됐는데 가족 전체가 함께하는 여행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둘뿐이니 대화가 훨씬 잦고 깊어졌으며 아들 역시 평소와 달리 이것 저것 찾아보고 결정하는 등 주도적으로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1일차

SRT 동탄역

동탄역에서 SRT를 탔습니다. 동탄역 주차장은 편하긴 하나 일 25,00원 (SRT 이용시 17,500원)으로 꽤 비쌉니다. 바로 근처에 야외에 있는 임시 공영 주차장은 일 10,000원(SRT 이용시 5,000원)으로 매우 저렴합니다. 그러나 임시 공영 주차장은 만차로 입차가 어렵고 기차 시간이 임박해 도착하면 주차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직막으로 역 근처 사설 주차장인 그린파킹파크가 일 10,000원(SRT 할인 없음)이었고 우리는 빠른 주차가 필요해 그린파킹파크에 주차했습니다.

SRT 울산역(통도사)

동탄에서 울산까지는 2시간, 정말 빨리 도착했습니다. 둘째는 특실의 안락한 시설과 분위기에 매우 만족했습니다만 간식으로 나온 견과류와 쿠키를 알러지 때문에 먹지 못해 아쉬워했습니다. 제 이어폰을 빌려 (시간 제한이 해제된) 유튜브를 마음껏 시청했고 저는 신경숙의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읽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울산역 앞 고래 조형

울산 현대백화점

울산역에서 울산 시내까지는 차로 40분이 걸리고 택시 요금은 2만원이 조금 넘습니다. 중간에 언양에 들러 점심식사로 불고기를 먹으려다가 때가 일러 일단 울산 시내로 향했습니다. 체크인까지 3시간이 남아 시내를 둘러보다가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압구정 한우 국밥

생선구이집을 찾아가다가 발견한 국밥집에 들어갔습니다. 둘째에게 내심 여행의 첫끼를 맛있게 사주고 싶어 언양식 불고기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평범했습니다. 다 먹긴 했지만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장생포 고래 마을

울산은 광역시 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지하철이 없어서 대중 교통으로 이동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울산 관광 버스, 택시, 버스 등을 고민하다가 이동할 곳이 많아 쏘카를 이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첫 이용이라 24시간 9,900원에 차를 빌릴 수 있었고 이후 이동 거리에 따라 추가되는 요금은 저렴한 수준이었습니다.

장생포 고래마을 고래 빵

장생포 고래마을에서는 때마침 ‘수국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고 임시 주차장까지 마련됐지만 무수한 차들과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페스티벌 덕분에 좋음 음악과 다양한 행사, 무엇보다 예쁜 수국을 맘껏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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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뜨거웠지만 바닷 바람이 불어와 그늘에서는 매우 시원했고 고래마을을 쉬엄쉬엄 한바퀴 돌았습니다.

울산대교 전망대

일정을 정해두지 않아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근처에 있는 울산대교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둘째는 고소공포증이 있는데도 높은 곳을 꽤나 좋아했습니다. 공용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는 걸어서 20분이 걸리는데, 느긋한 숲 길을 여유롭게 올라가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내가 재미있고 편하고 주위 사람들도 기쁜 시간을 많이 만드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라는 생각을 전했습니다.

전망대는 무료 입장이었고 4층의 전망대에서는 울산에 접한 바다를 사방으로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층에서는 예상치 못한 VR 체험장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신라스테이 울산

쏘카 차를 반납하고 체크인했습니다. 둘째는 숙소가 아주 좋아 마음에 든다며 환호했습니다. 어매니티에 대해서 알려주니 내일 숙소인 게스트 하우스에서 쓸 수 있게 챙겨가자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은 것의 가치를 알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쓰는데 뭔가를 판단하고 결정할 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저녁 약속 시간이 되어 숙소 1층 로비에서 마침내 후배를 만났습니다. 그는 머리가 좀 샜지만 예전 모습 그대로였고 웃음이 넉넉해졌고 분위기에 여유가 생겨 보기 좋았습니다.

맛찬들왕소금구이 울산달동점

여기 저기 괜찮은 음식점들을 지나 후배가 이끈 음식점으로 이동했습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술을 주문하고 이야기를 시작했지요.

지난 시간들을 추억하고 그간 서로 만나지 못한 지인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서로 알지 못했던 삶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후배를 위해 준비한 책을 전해 주고 좀 걸어서 울산에서 가장 큰 서점을 갔습니다. 아멜리 노통브에 대해 이야기하고 취향과 책에 대한 물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20년 만에 만난 후배와 저는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일상의 소소함을 나누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2일차

서울집

울산부터 부산까지는 (어제 후배가 소개한)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는 동해선을 타기로 했고, 아침 식사는 숙소 근처의 24시간 국밥집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해장국을 시켜 먹었고 둘째는 선지를 많이 남겼습니다. 선지는 아무래도 어른의 음식인가 봅니다. 식당을 나와 버스를 타고 태화강역으로 이동했습니다.

태화강역

태화강역에서 신해운대역까지는 3,100원, 동해선은 무궁화호로 운행되고 있었습니다. 돌려 앉을 수 있는 좌석을 보니 매우 반가웠습니다. 그 언젠가는 가장 빠른 기차였는데 이제는 낡고 오래된 옛날 기차가 돼버렸습니다. 해안을 따라 간다고 했는데 저는 잠이 들었고 둘째는 역시나 이어폰을 끼고 유튜브 삼매경. 나중에 물어보니 바닷가를 지나가기는 하는데 경치가 아주 좋은 것은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신해운대역

태화강에서 신해운대역까지는 1시간이 조금 안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기차를 내려서 2일차의 일정과 이동은 둘째가 정하기로 했습니다. 둘째는 네이버를 뒤져서 해운대역까지 버스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동하면서 점심은 ‘해운대 암소 갈비’에서 먹을까 했는데 모바일앱으로 대기하는 것도 이미 예약이 끝나서 이번 부산 여행에서도 그 집은 갈 수 없었습니다. 대체 왜 이리 손님이 많은 것입니까?

해운대역

해운대역에서 해운대 해수욕장까지는 큰 길을 따라 10분. 좌우의 낯익은 풍경에서 예전의 기억이 살아나 흥겨워졌습니다.

고래사어묵

고래사 어묵에 들러 간식으로 오뎅을 사 먹었습니다. 맛있는 부산 여행의 시작입니다.

해운대 해수욕장

해운대 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입수 금지 깃발과 비치 가드가 있었는데도 사람들은 바다에 들어가 놀고 있었습니다. 유실된 모래를 보강하기 위해 모래를 잔뜩 쌓아 두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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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첫 해변입니다. 모래사장을 한참 걸었습니다. 한달 후에 가득찰 파라솔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즈음이 훨씬 좋습니다. 해운대 관광 안내소에 들러 지도를 살펴보며 다음 일정을 둘째가 골랐습니다. (뜬금없이) 수족관에 관심을 보여서 좀 놀랐는데 해변을 바라보는 기차, 블루라인파크를 타고 송정을 가기로 했습니다.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미포 정거장

이 기차는 처음 타보는데, 좌석이 전부 바닷가로 향해있는 기차였습니다. 미포부터 송정까지 몇개의 정류장이 있고 1회 승차권은 7,000원, 2회 승차권은 12,000원, 그리고 모든 역에 내릴 수 있는 모든역 승차권은 14,000원이었습니다. 2회권을 구입했지만 경험하고 나서 보니, 1회권만 구입하고 돌아올 때는 걷거나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빙수가든

기차를 예매하고 출발 시간이 한시간 정도 남아서 근처 카페를 찾다가 빙수 가든에 들렀습니다. 1인분의 빙수와 인절미 조각 몇 개가 들어있는 세트가 9,000원. 둘이서 빙수 세트 하나를 나눠 먹었습니다. 둘째는 이런 곳에서 과용하지 않지요.

해운대블루라인파크 송정정거장

송정 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처음 와봤는데 해운대 해수욕장과 비슷한 크기와 분위기입니다만, 서핑을 배우는 사람들로 가득한 것이 확연한 차이였습니다. 둘째는 팔이 멀쩡했다면 서핑 강습을 받았을 것 같다고 했고 다음 번에는 꼭 강습을 같이 받자 했습니다. (여름에 오고 싶은 눈치?) 서핑 가게를 둘러보고 단체 강습을 받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산책을 하다가 안내 지도에 추천된 타이 식당 ‘어밤부’를 가기로 했습니다.

어밤부

2시가 넘은 시각인데도 대기가 3-4팀 있었습니다. 전화 번호를 남기고 가게 앞에 앉아 이국적인 인테리어를 즐겼습니다. 어제 2만보 가까이 걸어서 사실 둘다 좀 지친 상태였습니다. 팟타이와 푸팟퐁 커리, 사이다를 시켜 먹었는데 정통 타이식은 아닌 듯 했으나 매우 맛있었습니다. (시장이 반찬일지도)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밥을 먹고 미포 정거장까지 어떻게 돌아갈 지 논의했습니다. 우리는 2회권을 끊었기 때문에 어딘가에서는 블루라인 파크를 타야 했습니다. 1안은 청사포까지 걸어간 후 거기서부터 미포까지 기차를 타는 방법 2안은 송정역에서 청사포까지 기차를 타는 방법, 3안은 송정역에서 미포까지 왔던 그대로 되돌아가는 방법. 1안을 선택했는데 이게 아주 좋았습니다. 기차길 옆으로 데크가 매우 잘 만들어져서 상쾌하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미포 정거장

청사포에서 블루라인 파크를 타고 돌아오는 길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습니다. 돌아오는 사람들이 가득해서 만원버스를 타는 기분이었고 기차 안은 각지의 사투리가 섞여 매우 활기차고 시끄러웠습니다.

해무

김치 해운대 게스트 하우스

체크인을 하고 좀 쉬기로 했습니다. 게하 특유의 (글로벌하고) 젊은 분위기에 숙소는 그냥저냥 쓸만했느데 침구가 조금 더러웠습니다. 앞으로 파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굳이 게하에 묵을 이유는 없겠어요.

해리단길

해리단길에 들러보고 식사할 만한 곳이 있으면 저녁까지 먹기로 했습니다. 해리단길은 아직 개발 중이라고 할 상태로 식당 보다는 카페가 많았습니다. 거리 분위기는 평범했고요. 식당이 별로 없는데다가 계속되는 기름지고 이국적인 외식에 지친 둘째는 밥이 먹고 싶다 했습니다. (한국인은 밥)

솔솥

스테이크 덮밥과 도미덮밥을 시켰는데, 이게 둘째가 원한 밥이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저녁을 먹고나니 한결 느긋해졌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다녔고 우리도 먹어보자며 가게를 찾아냈습니다. 콘 하나에 4,000원은 너무한 거 아니냐는 둘째 의견이 있었지만 일단 먹기로했고 카페 앞 의자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핥고 있으려니 어느새 해리단길은 어둑해졌습니다. 부산의 밤은 상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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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해운대 게스트 하우스

숙소에 들어와 좀 쉬다가 태종대를 가기로 했습니다만, 둘다 피곤에 쩔어 ‘오늘은 이만’에 전적으로 합의했습니다. 저는 신경숙의 소설을 읽고 둘째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클래시 로얄로 피로를 풀었습니다.

3일차

금수복국 해운대본점

아침 식사를 위해 부산에 오면 항상 첫번째 식사를 했던 곳, 금수복국에 왔습니다. 아침의 해운대에는 달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웃통을 드러낸 채로 달리는 외국인도 있고 이어폰을 끼고 달리거나 옷을 맞춰입고 달리는 부자도 있었습니다. 건강한 풍경이었습니다.

금수복국은 올 때마다 비싸지는 기분이군요. 역시나 2만원이 넘는 가격에 둘째가 화들짝 놀랬지만 ‘정말 맛있다’며 감탄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며 엄지 척.

김치해운대게스트하우스

기운이 날만한 근사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와 짐을 챙겼습니다. 1일차에 2만보, 2일차에 1.6만보를 걸은 피곤함이 있어 가급적 천천히 움직이기로 했고 동선을 점검하며 오전을 보냈습니다.

부산역 지하철역

해운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1시간을 달려 부산역에 도착했습니다. 올라갈 때 SRT를 타고 갈 계획이라 이 근처에서 쏘가를 빌려 자갈치 시장, 송도, 태종대 등을 둘러볼 계획입니다.

앤그레이커피로스터스 부산역점

쏘카를 예약한 시간이 좀 남아 카페에 잠시 들렀습니다. 타발론의 얼그레이를 아이스티로 마셨는데 새삼스럽게 풍미가 좋아서 집에 가면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자갈치 시장

부산을 여러번 왔지만 자갈치 시장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른 지역의 어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훨씬 큰 규모였습니다. 그리고 해산물들은 크고 싱싱한데 가격도 매우 싼 편이었습니다. 다만, 남자 둘이서 구경할 것은 많지 않아 국제 시장으로 바로 이동했습니다.

국제 시장

영화 ‘친구’를 찍은 곳으로 유명한데 역시 처음 온 시장입니다. 자갈치 시장에 비해 볼 거리도 먹을 거리도 다양해서 구경하기는 훨씬 좋았네요. 점심을 먹고 보수동 책방 골목을 보기로 했습니다.

서진섭돼지국밥

마땅한 식당을 찾을 수 없어 ‘부산에 왔으니 돼지 국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국제 시장 안에 있는 나름 지명도가 있는 곳입니다. 둘째는 수육국밥을 저는 수육 정식을 먹었는데 고기가 국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 정도의 차이였습니다. 기름기 없는 맑은 국물과 잘 삶아진 수육이 맛있었습니다.

송도 해상 케이블카 송도베이스테이션

바다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를 탔습니다. 케이블카 안에는 바다바람인지 에어컨인지 아주 시원한 바람이 계속 불고 사방이 훤히 뚫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마음을 느긋하게 풀어줬습니다. 케이블카에 블루투스를 연결해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둘째가 최신 팝송을 계속 틀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도착한 곳은 송도 스카이 파크, 여기도 산책길이 잘 조성돼 있어 바다를 끼고 걷기 좋았습니다. 다음 일정으로 태종대가 있었지만 느긋하게 다니다 보니 시간이 빠듯해 집에 사갈 빵을 좀 사기로 했습니다.

1950 태성당

부산에 이름난 빵집이 많이 있는데 부산역에서 가까운 태성당에 들렀습니다. 파이만쥬와 크림빵이 먹고 싶었거든요. 사실 태성당도 비앤씨도 부산역 안에도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둘째랑 함께 다니는 게 즐거워서 가게를 찾아갔습니다.

태종대도 못 갔고 부산역 앞에 있는 차이나타운도 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여유있고 급하지 않게 즐기는 여행이라 아쉬움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부산

이제 다시 동탄으로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6박 7일 같이 보낸 2박 3일이었습니다. 작은 아들과 많이 웃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여행의 즐거움을 알려 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고등학생 되기 전에 여행 많이 하고 싶다고 했고요. 시간 내서 자주 다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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