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전하는

2주 전만 하더라도 끈끈한 습기와 뜨거운 열기에 견딜 수가 없었다. 선풍기라도 틀지 않고서는 잠을 잘 수 없었고, 밤새 에어컨을 켜두는 날도 많았다.

2주가 지난 지금, 대기는 차갑게 식기 시작했고 긴 팔 옷과 긴 바지, 세면대의 따뜻한 물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태양에 조금 가까워지거나 멀어질 뿐인데 지구의 변화는 매우 크고 그것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인간의 느낌은 더 크다.

이 즈음의 선선함이 정말 좋다.

만성단순태선이라는 피부 질환 덕분에 습도가 높아지면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이 덩달아 난리치는데 이런 날씨는 그 괴로움이 거의 없어지기 떄문이다.

뜨거움이 차가움으로 변하는 그 첫 단계, 공기가 차가워지면 유동성이 적어지듯 내 일상의 여러 감정들도 잦아들기 시작했다.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편안함이 있고 함께 고양되는 건강하고 차분한 의욕이 있다.

단지 더위가 끝나서가 아니라 하나를 마무리하고 다른 하나를 시작한다는 뜻을 부여하고는 스스로에게도 그럴싸한 자극을 준다.

선선한 날에 자주 책을 펼쳐 든다.

긴 사유가 필요한 때이고 앞으로 점점 더 길고 깊은 사유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와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좋은 작가는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깊게 고민한 생각과 그렇지 않은 생각은 깊이가 다르고 지속되는 시간이 다르다. 깊은 사유를 지속하고 자주 행하는 것은 짧음과 단순함이 지배하는 혼란의 세계에서 나를 바로 세워주는 든든한 지지대이자 보호막이 될 것이다.

꽤 많이 살았는데도 나는 아직 이리저리 밀침을 당하고 있고 애석하지만 이 부대낌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다.

결국 야심만만한 어떤 한 때는 그런 뜻을 가졌던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기는 싸움이 아니라 버티는 싸움인 것이지만, 인생이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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