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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배트맨 (10/10)

  • yoda 

매우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 영화는 명작의 반열에 올려 놓을만큼 독특하고 깊이 있으며 배트맨 시리즈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 칭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우울하지만 매혹적이고 폭력적이지만 매우 아름다운 느와르 영화입니다.

매트 리브스는 시종일관 명암이 강조된 어두운 화면으로 등장 인물들의 복잡하고 이중적인 심리를 표현했습니다. 특히 몸을 던진 배트맨이 붉은 플레어를 들고 시민들을 구하는 마지막 시퀀스에서는 그가 영웅으로 한발 내딛는 것을 정말 잘 그려냈습니다. 매트는 전작 ‘혹성탈출’ 시리즈에서 보여줬듯이 거대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매우 섬세하고 풍부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고 3시간 가까이되는 이 작품을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연출했습니다.

‘더 배트맨’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진지하고 사실적입니다. 그리고 모든 사건과 인물이 혼돈에 빠져있습니다.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경계가 모호하며 심지어 배트맨조차도 정의의 수호자보다는 분노에 찬 복수자로 그려집니다. 스스로도 내뱉는 ‘I am vengence’라는 대사를 후에 테러리스트가 되풀이하는 장면이 그런 혼돈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된 계기(강도 살인사건)도 진실이 아닐 가능성을 드러내며 그간의 모든 배트맨을 흔들고 뒤집어 재구성하고 있으니 이번 배트맨은 가히 Batman, the Cahos라고 부를만 하겠습니다.

브루스 웨인의 부모가 살해된 지 2년 후입니다. 부모의 죽음으로 분노에 찬 브루스 웨인은 알프레도한테 싸우는 법을 익혔지만 ‘당신이 웨인은 아니다’라며 독선적으로 굽니다. 박쥐 가면을 쓰고 자경단 노릇을 하지만 배트맨이 아니라 박쥐인간으로 불리우고 경찰에게 인정받지 못하며 시민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거리의 불량배들과 싸우지만 그것은 정의를 구현한다기보다다 닥치는 대로 거친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가깝고 개인적인 원한을 푸는 것처럼 보입니다. 조잡한 장비와 싸움 기술, 앞뒤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방식, 기존 배트맨의 부유하고 세련된 이미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빌런들의 현실적인 묘사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만화에 등장하는 과장된 모습이 아닌 (인간적인 얼굴을 가진) 펭귄맨, 가면을 벗으면 더없이 순수해보이는 리들러, 전형적인 마피아 팔코네 등등. 이 모든 리얼리티가 ‘더 배트맨’의 총체적 혼돈을 묘사하는 데 사실감을 더해주며 매트 리브스의 절제된 영상미와 함께 배트맨을 도시 괴담과 신화를 오가는 서사시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drive나 url, 스마트폰의 등장이 자연스러운데다가 주방위군의 출동 등이 어우러져 고담 시티는 미국의 어느 한 도시 같은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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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the renewal)은 이 작품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도시를 재개발하기 위해 토마스 웨인은 (재개발 대상인) 마피아와 거래를 했고 배트맨과 리들러는 고담을 깨끗이 만든다는 명분 하에 한명은 자경단원이 한명은 테러리스트가 되었으니까요. 고담 시티의 미래에 대해서도 배트맨은 나아질 것이라고 보지만, 캣우먼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둘이 함께 나아가는 것으로 고담은 깨끗해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상징합니다.

결국 ‘더 배트맨’이 던지고 싶었던 질문은 이런 게 아닐까 합니다. 리들러는 과연 악당이었을까?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며 고담을 정화하겠다는 리들러는 사실 배트맨과 똑같지 않습니까? 가면을 쓴 리들러와 배트맨, 가면을 벗은 브루스 웨인과 애드워드 내쉬톤.

그들은, 그리고 우리는 가면을 썼을 때와 벗었을 때, 어떤 모습이 더 진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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