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어떤 게으른 여름의 기록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체력이 떨어져서, 회사에 이상한 일이 생겨서 등등의 이유로 지난 여름부터 거의 아무 것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기록 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 7월말부터 10월말까지 4개월여, 1/3년의 기록을 더 늦기 전에 남겨 봅니다.

지난 7월 훗카이도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한여름 오타루의 밤 거리를 울리는 유리 풍경 소리는 지금도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좋았습니다. 다만 몇 년만의 해외 여행에 마음이 들떠 식사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그떄문에 컨디션이 나빠졌습니다. 부드러운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는 대신, 라멘, 돈까스, 카이센동, 초밥 등을 먹었습니다. 맛있었지만 위가 없는 제게는 다소 무리한 식사였습니다. 이 여행의 사진과 여행기를 조만간 정리해야겠습니다.

그동안 읽은 책들도 주로 소설책이었습니다. 사회학이나 예술, 철학 등의 책을 읽기에는 머리 아픈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 허구의 삶(이금이)
  • 믿음에 대하여(박상영)
  • 내게 무해한 사람(최은영)
  • 작별하지 않는다(한강)
  • 2022 김승옥 문학상 수상 작품집
  •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무라카미 하루키)
  • 어쩌면 스무번(편혜영)
  • 새의 선물(은희경)
  • 장미의 이름은 장미(은희경)
  • 7년 동안의 잠 (박완서)
  • 나의 아름다운 이웃(박완서)
  • 법륜 스님의 반야심경 강의(법륜)
  • 망원동 브라더스(김호연)
  • 혼자 점심 먹는 사람들을 위한 산문(강지희 외)
  •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박완서)
  • 마흔에 읽는 니체(장재형)
  • 페스트 (알베르 카뮈)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프리드리히 니체)

진심으로 응원하는 후배가 암 투병을 시작했습니다. 대신할 수 있다면…하고 생각할만큼 마음이 아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길 바랍니다.

그 지긋지긋하고 끔찍한 장폐색으로 119를 불러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복통에 괴로워하는 제 모습을 아내도, 아이들도 처음 봤을텐데, 미안하면서도 뭔가를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정말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이건 좀더 마무리가 되면 차근차근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이 일 때문에 정신의학과에서 다시 약을 처방받고 있고 또 심리 상담도 받고 있습니다. 약은 심리적 안정, 수면 등에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심리 상담은 기대 이상으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갈 때마다 이야기를 하면서 울게 되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책임감이 과도한 생태였고 그래서 감정을 감추며 하고 싶은 일을 외면하며 살았습니다. 또한 3번의 암 수술을 견디는 일에 대해 스스로 저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알게 됐습니다.

관련 글  사랑하는 아들들에게 보내는 첫번째 편지

여름의 끝자락에 둘째와 둘째의 친구와 함께 셋이서 한탄강 래프팅과 글램핑을 다녀왔습니다. 어느 덧 부쩍 자란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길 바랬습니다. 보트를 타고 내려오면서 뒤돌아본 한탄강의 풍경은 근사했습니다.

여름 성수기가 지나 여동생과 어머니, 그리고 둘째 아들이라는 특이한 멤버 구성으로 강릉에서 글램핑 1박 2일 여행을 했습니다. 지난 한탄강 글램핑에 이어 숯불에 고기를 굽고 장작불을 쳐다보는 일은 생각보다 재밌었습니다.

추석 연휴에도 소화액 역류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4일 이상 누워 지냈습니다. 긴 휴가를 빌어 처가에 다녀오려던 계획도 무산됐습니다.

회사에서 추진하는 새로운 사업 때문에 아주 바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침 7시에 출근하기도 하고 하루 종일 외근을 하면서 몇개의 회사를 만나기도 합니다. 풍월량이나 침착맨 같은 연예인 급의 스트리머들도 만나면서 꽤 오래간만에 일하는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이 일이 즐겁거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응급실에 다녀온 이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재미를 붙여가던 골프 연습도 거의 중지했습니다.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쉬이 손이 가지는 않습니다.

역시나 작은 아버지, 아저씨, 사촌동생이라는 특이한 구성으로 용인에서 1박2일 글램핑을 다녀왔습니다. 저를 제외하고서 소주 8병, 막걸리 2명, 담금주 1병을 비웠습니다. 이제 70이 넘은 두분은 그런 자리를 매우 신기해했고 즐거워 하셨습니다. 인생은 익숙하지 않은 낯선 환경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급적 즐기는 것에 정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재미있게 살려면 기초 체력을 키워야겠습니다. 귀찮아도 많이 걷고 밝게 생각하고 희망을 가져야겠습니다.

“어떤 게으른 여름의 기록”의 1개의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