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책

남은 책

책장에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도 마음에 드는 책이 보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긴다. 첫장을 열면 한번도 쉬지 않고 끝까지 읽어 내려갈 것 같은 마음이지만 새로 산 책들도 곧 남은 책 더미에 쌓일 뿐이다.

생명을 태워 남편과 아버지와 아들의 자리를 밝힌다는 생각에 남은 책을 어서 읽어야 할텐데 조바심이 들 때가 있다.

근래에 죽은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더욱 그렇다. 외할머니, 외삼촌, 숙부, 최인훈, 허수경, 김남주 … 나를 빛내주고 나의 빛이 되었던 사람들은 가고 없지만 그들의 자리는 이미 이 세계에 남아있지 않다.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간다.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그저 견디고 버틸 뿐이다.

사는 일의 허망함을 알아 버린 사람은 가끔 이렇게 쓸쓸하다.

이미지 생성 AI에 이런 기분을 프롬프트로 넣어보았다. 밝진 않지만 차분한 그림이 몇장 나왔다.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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