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산 시집을 훌훌 읽다가 가슴을 텅 치고 지나가는 시를 한수 발견했다.
일곱개의 단어로 된 사전
봄, 놀라서 뒷걸음질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 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문학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시인의 독백
“어둠 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
부러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혁명
눈 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
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
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일곱개의 단어로 된 사전/ 진은영/ 문학과 지성/ 2003.7
하나더.
서른살
어두운 복도 끝에서 괘종시계 치는 소리
1시와 2시 사이에도
11시와 12시 사이에도
똑같이 한 번만 울리는 것
그것은 뜻하지 않은 환기, 소득 없는 각성
몇 시와 몇 시의 중간 지대를 지나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무언가의 절반만큼 네가 왔다는 것
돌아가든 나아가든 모든 것은 너의 결정에 달렸다는 듯
지금부터 저지른 악덕은
죽을 때까지 기억난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
나도 하나 만들어 본다…
그리움, 대관령 어디 아득한 길,
굽이굽이 스멀거리는 창백한 안개
자유로워한다는 강박…이 기막힌 모순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세상이 지정해둔 모든 규칙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뜻하지 않은 환기, 소득 없는 각성..
시계가 고장나 고작 한번도 울어주지 못할지라도이제 나는 결국 또다른 절반의 어딘가를 나아가야한다는것과연 명백한 현실.. 웁스~ ㅡㅡ
아..가슴에 꽂힌다 꽂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