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일광욕하는 가구. 최영철

시집. 일광욕하는 가구. 최영철

시집. 일광욕하는 가구.

시집. 일광욕하는 가구. 최영철

일상의 풍경은, 따뜻하지 않다.
일상의 풍경은, 따뜻하지 않고 여유롭지도 않다.
일상의 풍경은, 마치 일광욕하는 가구처럼 차갑고 힘들다.

정상적인 가구라면 집안에/ 방안에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자리를 듬직하게 차지하고 있을 것이며, 또한 유용하게 쓰여질 터.
일광욕하는 가구는, 아마도 오랜 세월 그 쓰임새를 다하고 내버려져 흉물스레 골목 귀퉁이에 놓여 있거나 아니면 쓰레기차를 기다려 곧 폐기처분될 운명의 가구일 것이다.

거리의 어느 곳에서 오후 햇살 아래에 놓여있는 가구 – 이것이 일광욕하는 가구가 아닐까?
‘일광욕하는 가구’란 곧 정위치에 있지 않은 어떠한 일탈의 상태, 그러나 그 이미지에서 보여지듯 겉으로는 평온하기 그지없다.

Similar Posts

  • 28/100 여운형 평전

    해방 공간을 제대로 읽는다는 것이 매우 힘든 일임을 관련 정보를 접할 수록 더욱 절감하게 된다. 몽양의 피살에 대해서 “기회주의자의 종말”이라고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데, 당시의 혼미한 정국 속에서 몽양의 좌우합작은 그렇게 비춰질 수도 있겠다 싶다.한일합방, 남북분단, 한국전쟁, 그리고 고착화된 북의 세습독재와 남의 천민 자본주의. 앞으로 통일은 정말 가능할까?그러니 저러니 해도, 몽양이나 백범, 고하같은 우국지사들이 제 뜻을…

  • 처음처럼

    시신영복 선생의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고 있다.  꽃과 나비“꽃과 나비는 부모가 돌보지 않아도 저렇게 아름답게 자라지 않느냐.” 어린 아들에게 이 말을 유언으로 안기고 돌아가신 분이 있습니다.  관련된 글: 산문, 4/100 강의 소설. 5/100 아담도 이브도 없는. 아멜리 노통브 음악. 4/100 만화로 보는 재즈 역사 100년 (남무성) 시. 오뉴월.김광규 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이병률 4….

  •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기형도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관련된 글: 시. 이윤학 – 순간 시. 오뉴월.김광규 정호승의 시 몇 수 구름.김소월 오래된 서랍. 강신애 아픈 세상. 황규관 어느날 애인들은. 허수경 흰둥이…

  •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방 불을 끄고 누워 전자책을 읽다가 이런 시는 남겨두어야겠다 싶어 부랴부랴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종이책은 사진을 찍어 올리는 맛이 있는데, 전자책은 사진을 찍으면 재미가 없고 캡처도 되지 않아서 천상 타이핑을 해야겠습니다. 박준의 시는 전반적으로 약간 슬픕니다. 죽음의 향내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눈물이 말라 쓸쓸한 풍경을 연상케 합니다.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에서 정서적으로 닿지 않는…

  • 43/100 핑퐁

    사르트르는 ‘시지프스의 신화’에서 이렇게 서두를 꺼낸다. 참으로 중대한 철학적 문제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을 판단하는 것, 이것이 철학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그 이외의 것-세계는 삼차원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정신은 아홉 개 혹은 열 두 개의 범주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그 이후의 일이다. 그것들은 장난이다. 그는…

  • 자기계발. 54/100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좋은 직장이란 어떤 곳일까? 세계적으로 (활기차고 능동적이고 밝기로) 유명한 어시장 파이크 플레이스를 모델로 좋은 직장에 대한 해답을 내놓은 책이다. ‘우리가 직업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그 직업/일을 대하는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라는 기본 명제로부터 출발하여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놀이 찾기’, 그 즐거움을 고객/대상과 함께 나누는 ‘그들의 날을 만들어주기’ 그리고 전심으로 일에 몰두하고 서로와 고객을 위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