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1일 복직 후 1년이 지났습니다.
이런 저런 결심을 붙여가며 각오를 다졌었는데 1년의 회사 생활이 지나고 나니 그 각오와 다짐은 온전히 두려움을 회피하려는 자기 방어기제였던 것 같습니다.
(재택 근무하는 날이 좀 더 많긴 하지만) 출근을 하고 안건을 토의하고 보고를 하고 논쟁하고 할 말과 감정을 속으로 감추는 일들은, 인생을 즐겁게 하는 데에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월급을 받아 가정을 꾸린다는 의미가 없었다면 아마 진작 그만두지 않았을까 합니다.
오후에 몇 해 전 함께 일했던 후배를 만났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아이가 아파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그 마음 고생이 심했던지 많이 여위었습니다. 아픈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을 저도 충분히 알고 있는 지라 후배가 애써 띄우는 미소가 그래서 더 측은했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잘 이겨내보자고 위로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함께 놀러 간 카페에서는 사장님의 또다른 인생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주중에는 카페 일을 하고 주말에는 양평에 있는 작은 집에서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는 일에 여념이 없는데 그 일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사장님은 제빵, 제과 솜씨가 일품인데다가 큰 품 들이지 않고 가게를 세련되게 꾸미는 센스도 가득한 분이었는데, 꺼내 보여준 꽃과 나무의 사진도 그만큼 멋졌습니다.
저의 지난 1년은 (열심히 산 것과는 달리) 그닥 재미 없었고, 후배의 지난 1년은 아마 힘들고 정신 없었을테고 카페 사장님의 지난 1년은 매우 행복한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또 새로운 1년을 맞이해야 하는데, 생각은 많고 대책은 없는 그런 상황이라 좀 기운 빠지네요. 🙂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
회사는 하고 싶은거 하러 다니는 줄 알았는데, 생계를 위해 다니는 거라는 걸 최근에 알았습니다. 😆
요다 블로그 살려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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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아요. 조만간 한번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