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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의 위안

  • yoda 

마르셀은 가끔 원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불안에 휩싸여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곤 했습니다. 그는 마르셀의 고민이 어쩌면 존재론적 고민일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마르셀은 차라리 정신적인 통증이 있어 약물로 치유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습니다.

마르셀은 자전거를 타면 마음을 무겁고 어둡게 만드는 끈적한 호흡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 뒤로 풍경이 지나가면서 그 침침한 끈적함들도 떨어져 나가 위안을 얻었습니다. 마르셀은 녹색 자전거를 타고 30분을 달려 미니메 호수에 도착했습니다. 큰 호수 위에는 날카롭고 짧은 빛줄기가 무수히 번쩍였습니다. 그것은 매해 7월 14일 혁명을 기념하며 에펠탑 위를 장식하는 불꽃 놀이 같았고 클럽 르요요의 천장과 벽에 붙어 클러버를 흥분하게 만드는 불안한 조명 같기도 했습니다.

잔물결을 따라 빛나는가 싶다가 사라지며 일렁이는 햇살 발자욱은 지구에 등장한 모든 사람들을 1과 0으로 표시하는 디지털 신호처럼 보였습니다. 태어나 살고 죽는 모든 시간의 합도 사실 찰나에 불과하고 그 많은 각각의 일생도 그닥 차이가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번뜩이는 점 하나에 사람 하나를 대응시켜도 50억 인구쯤은 넉넉히 담을 수 있는 여유가 오히려 허무했습니다.

그것은 마르셀의 불안이면서 안심이었습니다. 삶과 죽음을 최대한 단순화시켜 죽음의 가치와 삶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수록 마르셀 자신의 고통과 두려움이 희석될 것이기 떄문입니다.

그렇게 마르셀은 호숫가에서 마음이 가라 앉았습니다. 가로로 넓게 퍼진 두 개의 산봉우리가 호수 뒤편에서 묵직한 균형을 잡아주었고 바로 앞에서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마음에 스며들었습니다. 차갑지도 시원하지도 않은 사월의 바람이 귓속으로 들어와 풀을 누비듯 조용히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햇살과 바람, 너른 호수, 그 위를 활공하는 새, 이제 연녹색 새순이 돋아난 버드나무 줄기들.

이 모든 풍경을 담은 언어가 전해주는 평화로움 속에 마르셀은 자신의 마음 몇 조각을 꺼내 호수에 던져두곤 했습니다. 그렇게 조금 개운해졌고 조금 기운을 차려 마르셀은 다시 자전거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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