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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10/10)

왕좌의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드문드문 기억나는 장면들을 보니 예전에도 시즌5까지는 시청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더라도 두번째 보는 것이니만큼 작품에 대한 이해도는 훨씬 올라갔고, 그래서 더욱 재미있게 보고 있다.

물론 뒤로 갈 수록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은 잘 알고 있다.

왕좌의 게임 짤

이 작품을 처음부터 다시 감상하면서 가장 놀랍게 본 것은 균형 감각이었다.

7개의 가문과 가문에 속한 무수한 사람들과 왕좌와 왕좌를 둘러싼 음모와 실사와 컴퓨터 그래픽, 지역과 풍경, 캐릭터의 성장과 죽음, 이 모든 이야기의 배합과 분배가 어느 하나 무겁지도 가볍지도 길지도 짧지도 않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서사에는 고저장단이 있어야 하고 묘사에도 세밀함과 웅장함이 있어야겠지만, 왕좌의 게임에서는 모든 서사와 모든 묘사가 조금도 빠지지 않게 나뉘었다. 그러니까 리듬의 변화가 전혀 없는데도 전주와 클라이맥스가 느껴지는 거대한 랩을 쉴 새 없이 듣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매음굴이나 남매의 근친, 남색 같은 것들이 생각보다 문란하거나 음탕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높이 살 만하다. 젖가슴과 엉덩이 같이 평상시에 드러내기 부끄러운 신체의 이면에 깔려 있는 것은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일차원적인 욕망의 단순함과 간결함이었다. 철왕좌를 노리는 스타니스의 욕망과 매음굴에서 뒹구는 티리온의 욕망이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왕좌의 게임은 왕좌의 철학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시즌 5까지, 내 마음에 쏙 들어온 2개의 캐릭터는 아리아와 티리온.

의지가 강하고 신의가 있다는 면에서, 내가 갖고 싶은 성격이다.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역시 캐릭터 테스트가 있었다. https://kr.vonvon.me/quiz/56

테스트 결과, 헐?

덧붙임. 11/29

마침내 이 긴 드라마를 다 끝냈다.

폐허가 된 레드킵의 철왕좌에 앉은 대너리스만큼이나 허무했다. 대너리스의 죽음과 녹아 버린 철왕좌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 긴 그리고 잘 짜여져, 불가능할 것 같은 균형감각을 유지하던 서사가 6화부터 무너지기 시작해서 7화에는 완전히 헝클어져 버렸다.

뭐, 보지 말아라 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렇게 끝나기에는 너무 아까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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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왕이 세상의 존재와 기억을 지우고 싶어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계속 궁금했는데, 차가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서로를 해치기에 급급한 인간들의 모습이 그 답이었을까?

무엇이 중요한지 알지 못하는 우매함 말이다.

“왕좌의 게임 (10/10)”의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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