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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노웨이 홈 (7/10)

  • yoda 

그건 내 비밀스러운 정체성의 문제니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난 어벤저스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지구를 구하기 위한 슈퍼 히어로의 자기 헌신에 충분히 익숙해졌습니다. 그렇지만 히어로의 일상이 늘 그렇게 희생적이고 모범적일까 하는 의문에서 영화는 시작하고 있습니다.

피터는 어찌어찌 정체가 밝혀져 더이상 정상적인 일상을 보낼 수 없고 MIT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이 시퀀스를 볼 때까지만 해도 청소년의 혼란을 소재로 삼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빌런들을 소집하기 시작합니다.

더군다나 관객은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멀티버스 개념을 무리하게 끌어 들이면서 말입니다. (전작?) 인피티니워에서 히어로들의 맞상대가 되어준 적과 지켜야 할 친구들이 모두 정리됐으니 새로운 파트너들이 필요해진 것일까요?

이런 생각이 들면서 영화에 대한 흥미가 줄기 시작했고 특히 ‘아, 앞으로 우주에 어떤 위협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저 빌런들을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라며 닥터 스트레인지와 싸우는(그리고 심지어 이기는?) 막무가내 청소년의 질풍노도를 보면서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노먼 오스번이 정체를 드러내면서 이야기가 다시 본선을 타기 시작합니다. 모든 걸 가질 수 있는데 어쨰서 한 쪽을 포기하느냐면서 말입니다.

결국 이 영화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주를 구한 히어로, 스파이더맨인가? MIT의 대학생, 피터 파커인가? 둘 모두를 가질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MJ가 이야기했듯이 ‘모든 것을 콘트롤 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십대 청소년 피터 스파이더맨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큰 힘이고 책임이었습니다.

결국 누구에게나 두번째 기회가 있었다지만 빌런들이 평온한 일상을 찾은 것에 비해 피터의 두번째 기회는 모든 이가 자신을 잊어야 하는 희생으로 귀결되면서, 고난을 통해 좀더 성장한 스파이더맨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예전의 집으로 갈 수는 없었지만 새로운 집에 짐을 꾸리는 피터의 모습이 상징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려움을 통해 조금씩 자라나게 되니, 시련을 두려워할 이유는 별로 없습니다. 더 많은 시련이 더 큰 변화와 성장을 가져올테니 말입니다.

관련 글  메모. 2011년 4월 미국 출장.

ps. 스스로에게도 지금의 힘든 일들이 지나가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극복은 쉽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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