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반성

나는 두번째로 받은 삶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고 다시 세번째로 받은 삶도 그닥 소중히 살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살지 못한 것이 아니라 살지 않았습니다.

머리 속으로는 ‘소중하다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자고’ 가끔은 생각했습니다.

삶은 긴 시간을 채워 넣는 투명한 유리병이라고, 내가 보내는 모든 시간과 기억이 차곡차곡 쌓인다고, 누군가와 함께 보낸 시간은 내 유리병에도 쌓이고 그의 유리병에도 쌓이게 되니, 무엇이 중요한 지 항상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지 못했습니다.

건강하기 위해서 늘 음식에 신경 쓰고 운동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고 매일 커피를 마시며 즐거워했습니다. 어머니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고, 아이들과 잘 놀아줘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대신 영화나 드라마나 게임을 하며 보낸 시간이 많았습니다. 직장에서는 좋은 선배가 되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고 멀리서 먼저 찾아가는 친구여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봉사하면서 살겠다고 했는데 그러지 않았고 누구보나 많이 읽고 많이 쓰겠다고 했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내 시간은, 세번째 삶의 7년은, 그냥 흘려보낸 밋밋한 회색이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그러지 말아야겠습니다. 좀더 노력하겠습니다.

관련 글  출근 길에 갑지가 외할머니가 보고 싶어졌다

“반성”의 1개의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