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10/100 외로움의 폭 넓은 지류를 건너다

산문. 10/100 외로움의 폭 넓은 지류를 건너다

산문. 10/100 외로움의 폭 넓은 지류를 건너다

영화, 다큐멘터리를 공부하다가 수사의 길을 걷고 있는 젊은 친구의 생활기이다.

대개 이런 서적은 잊고 (혹은 무시하고) 있던 삶의 ‘원칙’을 일깨워주어 일상의 낯을 부끄럽게 만든다. 원칙을 이야기하는 데에 종교의 색채가 조금 섞여있다 한들 무슨 상관일까.

이 책을 권하며 빌려준 분이 며칠 후에 독후감을 물었을 때 나는 조금은 심술궂게 얘기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삶에 정말로 충실하려고 하는 가장 이기적인 사람인데, 저정도는 생각하면서 살아야 되는거 아니에요?”
물론 그 심술은 질투다.

군대에 있을 때에 나는 ‘타락한 인간의 모습’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인간의 원칙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당위만이 남은 세계에 적응해 가는 거대한 군상. 생김새는 달라도 모두 똑같은 좀비가 떼로 양산되는 그 끔찍함. 그래서 제대를 하고 복학을 준비하는 당시의 내게 가장 큰 고민은 자아에 관한 것이었고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였다. 스님이 되는 것. 수사가 되는 것. 신부가 되는 것.

아마 그때부터 시작되었을 ‘사람에 대해 무심하고 큰 기대하지 않는’ 나의 대인 성향은 아직도 날 외롭게 만든다. 아내를 얻고 아들을 얻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Similar Posts

  • 산문. 1/100 삼국지를 보다

    삼국지를 보다김상엽 지음/루비박스 2007년 들어 처음 연 책이다. 한/중/일 3국의 회화를 통해 각국의 삼국지 이해 양상과 문화 교류 등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삼국지 관련 그림들은 독특하게도 장수들이 모두 사무라이 풍이라는 것. 예나 지금이나 타문화를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 일본의 능력은 감탄스럽다. 정사와 연의를 두루 뒤져 역사와 소설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도 재미있다. 삼국지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유훈

    뭔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종종 이에야스의 유훈을 떠올리곤 한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길을 걷는 것과 같다.서두르면 안된다.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 굳이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마음에 욕망이 생기거든 곤궁할 때를 생각하라.인내는 무사장구(無事長久)의 근본, 분노는 적이라 생각하라.승리만 알고 패배를 모르면 해가 자기 몸에 미친다.자신을 탓하되 남을 나무라지 마라.미치치 못하는 것은…

  • 자기계발. 42/100 탁월한 조직이 빠지기 쉬운 5가지 함정

    영문 제목은 The five dysfunction of a team인데 불필요한 수식어 ‘탁월한’이 추가되어 혼란을 일으킨다. 나를 포함한 3명의 사람이 이 한글 제목을 보고 처음 내뱉은 소리가 ‘탁월한 조직이 먼제 되고 나서 고민해야하는 문제인가?’였으니까. 그러나 책의 내용과 구성은 매우 만족스럽다. 신생 벤처기업에 새로 부임한 CEO 캐서린이 팀을 만들고 개선해간다는 다분히 식상한 내용이지만 흥미로운 줄거리에 결합된 이론적 영감들은 책을…

  • 소설. 11/100 푸른 비상구. 이시다 이라

    다시 이시다 이라.“…뭐야 이건, 이렇게 밝은 세상 따위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거잖아.” 라는 반감이 들만큼 노골적인 happy ending의 단편소설들이다. 친한 친구가 광인에 의해 살해된 초등학생 간타, 학교 가기를 거부하고 히키코모리가 되버린 유고,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단한 기요토, 어느 날 부터 들리지 않게 된 소년 유타, 남편을 잃고 실의에 빠진 사야, 악성 종양을 앓는 아들의 어머니…

  • 48/100 한국 CEO의 경영 연금술

    CEO가 쉽게 주어지는 직책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겠다. 그런데 그들이 어떻게 금을 만들어냈는 지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관련된 글: 자기계발. 41/100 오다 노부나가 경영 10법칙 동천년로 항장곡 2010년 첫날, 다섯권의 책 소설. 3/100 Double side A – 박민규 산문. 6/100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노암 촘스키를 다시 읽으며 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이병률 자전거의…

  • 소설. 앙테크리스타, 불쏘시개. 아멜리 노통브

    아멜리 노통의 새책이 두권 나왔습니다. 첫번째. 앙테크리스타 두번째. 불쏘시개불쏘시개는 희곡이군요.호오, 작가가 자신의 욕망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르 아니던가요?기대됩니다.그나저나, 이번 신간의 저자 이름이 ‘아멜리 노통브’라고 나오는데, 이게 맞나요?Amelie Nothomb, 불어 이름이라면 뒤의 b는 묵음이 되는게 맞을텐데요. 혹시 아시는 분? 관련된 글: 소설. 머큐리, 공격. 아멜리 노통브 1/100 왕자의 특권 (아멜리 노통브) 소설. 2/100 겨울 여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