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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봐서 결혼하느니, 강아지랑 살겠어

현실을 무시한 이상적인 발언이고 개념이라는 거 잘 안다.
1. 선을 봐서 결혼하느니, 강아지랑 살겠어!
: 결혼이 단순히 같이 사는 것 이상의 어떤 특별한 결합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아직도 저런 정서를 가지고 있다. 즉, 결혼은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는 의미있는 인연 같은 것이다.
그런고로 결혼을 목적으로 낯선 두사람이 만나는 ‘선’은 주객이 전도된 우스꽝스런 행위라는 것.
이상적인 결혼은, 예를 들자면 제인 구달의 결혼 같은 것이다.
결혼하기 이전의 두 사람(두 남녀가 아니다)은 각각 자신의 삶의 목표가 명확해야 하며, 그것이 가급적 일치해야 한다. (… 다시 생각해보니, 명확하다면 일치하지 않아도 좋겠다.) 가치관과 철학, vision 같은 것들이 명확하다면.
그렇다면 그 두 사람은 서로의 삶에 대해 깊이 관여할 수 있게 되며, 그것이 다시 각자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수 있게 된다.
제인 구달이 아프리카 곰비에서 만난 첫 남편 휴고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스의 사진작가였다. 외지에서 만난 둘은 그들이 단지 외롭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몇달간 떨어져 있기로 하고, 그 이후에 결혼한다. 결혼 식장과 케익에는 물론 침팬지들이 그득하다. 아내는 야생 침팬지를 관찰하고, 남편은 야생 침팬지를 찍는다.
결혼이란 이런 것이다.
이런 와중에, 휴고가 장남인지 차남인지의 조건, 제인의 직업이 안정적인지의 여부, 휴고 어머니의 종교가 카톨릭인지의 여부 등의 여런 “조건”들은 둘 사이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선’은 이런 ‘조건’들의 연속이다.
물론 제인 구달은 후에 휴고와 이혼하게 되지만, 그들이 왜 헤어졌는 지는 그닥 중요하지 않다. 이미 그 둘 사이의 근저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기 때문에 적어도 헤어지기 전까지는 행복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어쩌면 헤어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동지의식을 갖고 있지 않을까 라고 추리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선’은
정리되지 못한 영혼의 평화를 위해서 넘지 말아야 할 어떤 선을 넘는 부당한 행위이며,
자아를 무시, 외면하고 상식이라는 억압적인 틀에 꿰맞추는 굴종이며,
(한국)천민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그 무수한 부조리중의 하나일 뿐인 것이다.
그런데 드디어는 ‘선’을 본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2. 소소함을 나눌 수 있다면 결혼은 필요없다.
: 친구들과는 몇번 논의된 주제지만, 결혼은 아마도 일상의 소소함을 온전히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일 것이다.
집에 들어와 아래와 같은 얘기를 나눈다.
“오늘 점심 때 봄나물을 먹었는데 색이 참 예쁘더라”
“점심 먹고 나서 사무실에서는 너무 졸렸어”
나이가 들어갈 수록 이런 일상적인 감정을 소통하는 것이 점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정말로 저런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결혼은 필요치 않다.
결혼은 어쩌면 타자의 감정을 담보로 자신을 평온케하려는 자박일런 지도 모르겠다.
3. 곰보다 여우
: 천성이 여우같기 보다는 곰에 가까운 나는, 여우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작태를 보고 있노라면 불쾌함을 참을 수 없다.
전설의 고향에 자주 나오던 그 구미호가 정말로 “곰같은 여우“라던 친구의 말이 새삼스레 들린다. 그렇게 속으면서 한번만, 한번만 믿으려고 하던 그 구미호는 여우였을까, 곰이었을까?
우리 곰과들은 두번 속지 않는다. 용서할 수는 있지만, 잊을 수는 없는 것이다.
뭐, 그렇다는 것이다. 결혼에 대한 압박이 이제는 스트레스가 된다.
ps. 점심 먹으러 나갔는데 햇살이 너무 곱다. 짜증 난다.

“선을 봐서 결혼하느니, 강아지랑 살겠어”의 9개의 댓글

  1. 음…오빠의 결혼…아니 맞선 소식에 리플이 만발이구만….
    나도 맞선 이야기가 궁금한걸….ㅡ.ㅡ
    김군이 오빠보다 먼저 할지도 몰라….미국에서 밥과 만날거걸랑..흐흐흐
    암튼…이 봄에 오빠의 맞선 (또는 연애) 스토리가 궁금하구랴…
    – 자칭 씽티 오빠의 의남매 쏘피-

  2. 아참….결혼이라는거…어던 건지 몹시 궁금하구랴..
    어여 해보고 결혼이 어떤 건지 말 좀 해주면 좋을거 같암…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행복한 겐지…..쩝…
    아는 오빠가 (하긴 일반적으로) 여자는 자기 좋다는 남자랑 결혼하는게 행복하다는데…과연 그런건지…
    결혼이란 대체 모요?

  3. 내가 결혼을 하는 이유
    1)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2) 그녀의 행복(물질이든, 정신이든)을 위해 인생의 목표가 생겼다
    3) 그녀랑 있으면 그냥 좋다.
    4) 헤어지기 싫어서 결혼을 한다.
    5) 이런 나의 행동들이 단순한 감정이나 복잡한 고민에서 나온 거 같지는 않다.
    6) 그래서, 나는 결혼을 하려 하고 그녀를 위해 현실에서 노력을 한다.
    “결혼을 왜 하냐?” 라는 질문은 “사랑의 정의가 뭐냐?” 만큼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4. 우리 곰과들은 두번 속지 않는다.
    용서할 수는 있지만, 잊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말.. 사만육천오백구십팔 프로 지지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 곰과들은 잊을수도 없으면서 용서하려 노력하는걸까요?? 자신의 웅담이 웅담을 파먹는 듯한 괴로움을 견디면서..
    그게 바로 곰과의 특성인가 봅니다..
    벗을수 없는 곰의 가죽을 벗고싶어 평생토록 여우 꼬랑지만 쳐다보고 사니까요.
    -세상 젤루 미련한 곰이-

  5. 결혼에 대한 환상.. 아닐까요.
    왠만하면 모든 여자와 살수 있는 남자와 왠만한 여자도 만나서 잘 살고 있어요. 아직은 ㅎㅎ. 서로의 목표가 확실해야 서로의 인생에 관여가 줄어들게 되는 것 같아요.. 남자들은 간섭하는 걸 시러해서.. 그래서 일하는 여자를 좋아하나봐여.. 결혼에 대한 마인드.. 여자같으셔요… 혹시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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