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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상으로 II

작년 6월 1일 복직 후 1년이 지났습니다.

이런 저런 결심을 붙여가며 각오를 다졌었는데 1년의 회사 생활이 지나고 나니 그 각오와 다짐은 온전히 두려움을 회피하려는 자기 방어기제였던 것 같습니다.

(재택 근무하는 날이 좀 더 많긴 하지만) 출근을 하고 안건을 토의하고 보고를 하고 논쟁하고 할 말과 감정을 속으로 감추는 일들은, 인생을 즐겁게 하는 데에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월급을 받아 가정을 꾸린다는 의미가 없었다면 아마 진작 그만두지 않았을까 합니다.

오후에 몇 해 전 함께 일했던 후배를 만났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아이가 아파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그 마음 고생이 심했던지 많이 여위었습니다. 아픈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을 저도 충분히 알고 있는 지라 후배가 애써 띄우는 미소가 그래서 더 측은했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잘 이겨내보자고 위로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함께 놀러 간 카페에서는 사장님의 또다른 인생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주중에는 카페 일을 하고 주말에는 양평에 있는 작은 집에서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는 일에 여념이 없는데 그 일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사장님은 제빵, 제과 솜씨가 일품인데다가 큰 품 들이지 않고 가게를 세련되게 꾸미는 센스도 가득한 분이었는데, 꺼내 보여준 꽃과 나무의 사진도 그만큼 멋졌습니다.

저의 지난 1년은 (열심히 산 것과는 달리) 그닥 재미 없었고, 후배의 지난 1년은 아마 힘들고 정신 없었을테고 카페 사장님의 지난 1년은 매우 행복한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또 새로운 1년을 맞이해야 하는데, 생각은 많고 대책은 없는 그런 상황이라 좀 기운 빠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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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상으로 II”의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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