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점수 : 9.0
아!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기대가 너무 컸다)
개봉 이전 부터 웅성거렸던 사람들의 호기심과 칸느에서 들려오는 솔깃한 소문만큼은 아니더라는 말이다. 나 역시 애초에 이 영화가 그럴싸한 컴퓨터 그래픽을 보여주는 대작 SF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이 영화에서 눈이 휘둥그래질 독특한 ‘괴물’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내가 이 영화를 기다린 단 하나의 이유는, ‘봉준호 감독의 리얼리즘이 특수효과를 만나면 어떻게 변할까’라는 궁금함 때문이다.
봉감독은 그것을 ‘적절함, 혹은 적당함’에 대한 고민으로 풀어버린 듯 하다.
적당한 크기와 적당한 형태의 괴물, 적당한 량의 코미디, 적당한 클라이막스. 무엇보다도 적당한 상징과 이 모두를 한 품에 안고 있는 적당한 리얼리즘
쓰레기 버리면 괴물 나온다, 괴물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권력과 자본, 욕망, 유기농 웰빙 식사-도 있고, 괴물은 우리와 똑같이 생긴 때-구청 방역과장, 의사, 경찰, 미군-도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괴물(host)이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도 꿋꿋이 밥 먹고 살자.
봉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걸까? 아니면 그가 더 큰 모험을 다음으로 미룬 것일까?
ps. 화염병을 ‘꽃병’이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날아가는 화염병, 불길, 괴물. 이 풍경이 웬지 익숙한 것은 386뿐일런가?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
적당하게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기대에 못미쳤나보네요. 그대로 봐줘야겠죠? ㅎㅎ
/mamet : 여기서의 적당히는, ‘최적화된’의 의미 보다는 ‘끝까지 밀어 붙이지 않은’의 뜻에 가깝다네.
적당량의 유머라고는 하나 반드시 필요했는가는 의문.
적당한 클라이막스 -예컨대 둘째가 불을 만들고 셋째가 불을 붙이고 맏이가 최후의 일격을 꽂아넣는 식의-는 말 그대로 너무 적당한 수준인 듯한 의문.
기대한 만큼의 치열함이 SF의 무게에 밀려버린 것은 아닌가, 전작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지 않은가? 봉준호 감독의 현실인식과 그의 리얼리즘이라면, 이런 정도는 바닥 아닌가의 의문.
혹은 우문?
친절하고 자세한 댓글에 몸둘 바를 모르겠구먼.
그대 의견에 상당 부분 공감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