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소멸

  • yoda 

“그 음악? 테잎이 늘어져서 더이상 못 들어”

비현실적이다. 이제는 누구에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까 비현실적이다.

정상적인 인간의 귀가 눈치챌 수 없는 최고 수준의 음질이 언제 어디에서든 공급된다. 운전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필요하다면 섹스를 하는 도중이라도 머리 속에 떠오른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다. 가수나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도, 허밍 몇구절을 스마트폰에 흘리면 안개 처럼 희미한 그 음악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아, 그 뭐였지? 러시안룰렛 나오는 영화의 주제가 말이야…”

사람들은 곧 없어져 사라질 것에 대해서만 애정을 표하고 갈구한다. 언제든지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에는 더이상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소멸하지 않는 것은 권태롭고 위태롭다. 아쉬움이 없으니 지루하고 그래서 버려진다.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