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을 위해 이런 저런 파스타를 만든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특별한 비법은 없지만 그동안의 경험과 얻은 지식을 정리합니다.
알리오, 올리오 에 페페론치노 (마늘, 기름과 페페론치노)
Aglio, Olio e Peperoncino – 알리오는 마늘이고 올리오는 기름(올리브유), 그리고 페페론치노. 여기에 녹색의 파슬리가 더해져 이태리 국기의 3색이 모두 들어간 파스타입니다. 이태리에서는 한밤중에 배가 고플 때 간편하게 만들어는 미드 나잇 푸드인데 한국의 라면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소금물에 파스타를 삶고, 올리브 오일을 양껏 두른 팬에서 마늘과 페페론치노, 파슬리(다진 줄기)의 향을 약불로 오랫동안 뽑아낸 후 면수를 추가해 유화시켜 오일 소스를 만듭니다. 그리고 삶은 파스타를 오일 소스 팬에 넣은 후 다진 파슬리 잎을 뿌리고 한번 더 유화시키면 됩니다.
재료 (1인분)
- 물 1리터, 소금 10g (물과 소금은 100:1)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90ml (=6큰술=생각보다 많이=정 없을 때는 식용유도 가능)
- 마늘 3개 (취향에 따라 추가)
- 페페론치노 1개 (청양고추 가능)
- 파스타면 80g (먹는 양에 따라)
- 파슬리 한 줌 (건파슬리도 가능, 없으면 부추, 깻잎, 쪽파 활용, 없으면 생략)
- (좋아한다면)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 그 외 새우나 버섯, 가지 등은 취향에 따라 추가하고 추가한 재료만큼 올리브 유를 더 넣으면 됩니다. 물론 재료의 소금간도 적당히.
요리 순서
- 커다란 솥에 소금을 끓입니다. (물 100 소금 1 = 물 1리터에 소금 10g)
- 마늘은 향을 잘 뽑아내기 위해 얇게 편을 썰고 잘게 다집니다. 간 마늘을 사용해도 됩니다.
- 페페론치노도 얇게 다집니다. 건페페론치노는 손으로 부숴 넣습니다.
- 만약 생파슬리가 있다면 줄기와 잎을 분리해 각가 다져둡니다. (새우나 버섯, 가지 등을 넣는다면 그것도 적당한 크기로 썰고 필요하면 소금간도 합니다)
- 약불에 팬을 올리고 올리브유를 넣고 마늘 향을 뽑아 냅니다. 이 때 마늘은 절대 타지 않도록 합니다.
- 마늘이 투명해지면 페페론치노를 넣습니다. (버섯이나 가지도 같이 볶아도 되는데, 새우는 다른 팬에 익히는 것을 추천합니다)
- 오일 소스에 면수를 한국자 넣고 계속 휘저어 크림 느낌이 나게 유화시킵니다.
- 면은 포장지에 쓰인 시간에서 1분 정도 덜 익혀 팬으로 옮깁니다. (시간은 참고만하고 면을 먹어 보는게 더 정확합니다)
- 팬을 흔들거나 휘저으며 면을 더 익히는데, 짜면 생수를 추가하며 익히고 싱거우면 면수를 추가하면서 익힙니다.
- 면이 모두 익었으면 파슬리 잎 다진 것을 뿌리고 소스가 파스타에 흡수되어 거의 없어질 때까지 팬을 흔들거나 휘젓습니다.
- 접시에 플레이팅 합니다.
- 치즈, 마늘칩을 뿌립니다.
아래는 참고하면 좋은 정보들이에요.
0. 파스타
- 파스타는 아래 그림의 모두를 총칭합니다.
- 가장 흔하게 접하는 긴 국수 모양의 파스타가 스파게티 혹은 스파게티니이고
- 펜처럼 생긴 뻰네
- 굵고 직사각형 단면을 가진 링귀네
- 나사처럼 생긴 푸실리, 샐러드에 많이 등장하는 마카로니, 나비처럼 생긴 파르팔레,
- 라자냐 요리에 쓰는 라자냐
- 굵고 속인 빈 리가토니 등등을 모두 파스타라고 부릅니다.
- 그리고 브랜드도 다양한데 국내에서 주로 만나는 브랜드는 데체코, 디벨라, 청정원, 바릴라, 오뚜기 등이 있습니다.
- 저는 알리오 에 올리오나 토마토 파스타를 많이 만드는데 이런 파스타에는 스파게티와 스파게티니, 링귀네 등이 어울리고, 까르보나라나 로제파스타 같은 크림 파스타는 표면적이 넓은 페투치네 같은 파스타가 어울립니다. 볼로네제 파스타, 라구파스타는 속이 빈 리가토니를 사용합니다. 라자냐는 당연히 라자냐를 쓰고 엘젤헤어는 냉파스타에 어울립니다.
- 브랜드 * 파스타 * 소스를 각각 조합하여 여러가지 파스타를 직접 만들어 보세요.
- 오일 파스타는 가늘고 긴 면에 어울리고 크림 파스타는 넓고 두꺼운 면이 어울린다고 하는데 그 반대로 해 먹어도 뭐 괜찮습니다. 가끔은 오징어 먹물 파스타나 시금치 파스타 같은 색깔 있는 파스타도 써 보시고요.
- 파스타 1인분은 보통 100g을 잡는데, 이것은 백원짜리 동전의 크기만큼이라고도 하고 검지 손락의 첫번째 마디와 엄지손가락 끝이 닿는 크기라고도 합니다. 저는 그냥 저울을 써요.
1. 소금물 끓이기
- 파스타는 소금물에 끓입니다. ‘지중해 바닷물’이라고 하는데 소금물의 농도는 물 100에 면 10 소금 1의 비중이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물양이 넉넉해야 파스타를 넣었을 때 온도 변화 없이 예상 시간대로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파스타 1인분은 보통 80g ~ 120g 정도를 쓰는데, 만약 100G을 사용한다면 물 1리터, 면 100그램, 소금 10그램이 되겠습니다.
- 그런데 4인분을 만들려면 물을 4리터를 써야 하나?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큰 솥도 없고 면을 계속 삶을 것이 아니므로 면이 다 들어갈 정도의 물에 소금 양을 맞춰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저는 4인분에 250g ~ 300g 정도의 면을 쓰는데 물은 2리터 ~ 3리터 정도를 사용합니다.
- 아래 파스타 전용 솥은 있으면 약간 편한 정도입니다. 1주일에 한번 이상 파스타를 먹지 않는다면 필요하지 않습니다.
- 한동안 이케아의 파스타 인서터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다 익은 면을 팬에 들이 붓는 게 좀 더 편합니다
- 일반 솥을 사용한다면 면을 건져낼 큰 채반과 집게가 필요합니다. 특히 집게는 나중에 팬에서 면을 익히며 뒤적일 때 사용하고 접시에 옮겨 담을 때도 사용하니 마음에 드는 편한 집게가 있으면 요리가 즐거워집니다.
2. 오일 소스 만들기
- 소금물을 불에 올려놓고 재료 준비를 시작하면 면 삶는 시간과 소스 완성 시간이 얼추 비슷하게 맞습니다.
- 올리브유는 맛과 향이 좋은 엑스트라 버진을 사용합니다. 사실 버진이나 퓨어도 써 본적이 있는데 마늘향을 잘 뽑아내면 먹는 사람들은 구분하지 못하더군요. 식용유도 못 쓰는 건 아니지만 좀 심심합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 좋은 올리브유를 하나 장만해두면 꽤 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 면 100g에 올리브유 6큰술 정도를 사용하는데, 이건 몇번 요리해보면 ‘충분히 많이’라는 감이 생깁니다. 익힌 파스타면을 팬에 모두 옮겨 담았을 때 오일 소스가 부족하지 않은 정도를 예상해서 사용하면 됩니다.
- 마늘은 1인분에 3개 정도를 쓰지만 민족 특성을 감안하면 1인분에 5개 이상을 써도 그닥 많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ㅋㅋ
- 마늘은 편을 써는 것보다는 얇게 다지거나 즉석에서 으깨서 사용하는 것이 향을 더 잘 뽑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입자가 고울수록 더 빨리 타게 되니 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 마늘향을 뽑아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약불’에 천천히 오래 뽑아내는 것입니다. 볶는다기보다는 마늘의 향을 올리브유에 담아낸다는 것이 더 알맞는 느낌입니다. 아래처럼 색이 나면 안됩니다.
- 페페론치노의 양도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일단 페페론치노도 각각 매운 정도가 다르고 먹는 사람의 매운 맛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통상 1인분에 하나를 사용하는데 더 맵게 만드려면 더 넣으면 됩니다. 건페페론치노는 잘게 부숴 넣는데 그후에 바로 손을 씻어 주세요. 깜빡하고 그 손으로 눈을 비벼서 죽을 뻔한 경험이 있습니다. 청양고추로 대치하는 것도 완전 좋습니다.
- 정통 레시피에서는 양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취향에 따라 양파를 채 썰어서 같이 볶아도 됩니다. 다만 많이 넣으면 단맛이 강해지니 양은 적절히, 그리고 캐러멜라이즈드 되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 저는 버섯을 자주 넣습니다. 양송이나 새송이, 만가닥 버섯, 팽이 버섯 등등을 적당히 섞어서 볶아주면 나중에 버섯을 골라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3. 면 삶기
- Al dente. 알덴테. 파스타면의 심지가 살아있는 꼬들꼬들한 상태의 익힘을 이야기하는데 파스타 전문점에서도 제대로 된 알덴테 파스타를 먹어 보기란 사실 쉽지 않습니다. 덜 익었다는 클레임 때문인지 대부분 푹 익힌 채로 서빙되는 것 같습니다.
- 면을 삶는 시간은 파스타 종류마다 다릅니다. 파스타면 포장지 겉면에 [Al dente 7min]의 형태로 씌여있는 것을 참조할 수 있습니다만 각자 사용하는 물의 양이나 화력도 다르니 사실 정답은 없다고 봐야합니다.
- 안내된 시간을 참조하되 이보다 정확한 방법이 있습니다. 중간에 면을 먹어보는 것이죠. 파스타가 솥에서 적당히 풀어졌으면 한가닥을 먹어보세요. ‘아 딱딱하다, 덜 익었는데’ 정도의 느낌에서 꺼내어 팬에서 익히면 알덴테가 될텐데 이 역시도 처음에는 알덴테인지 덜 익은건지 푹 익은 건지 알 수 없지만 몇번 요리해보고 자기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익힘 정도를 선택하면 됩니다.
- 다만 최종적으로 팬에서 좀 더 익히게 되므로, 먹기 좋은 식감에서 1-2분 정도를 덜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4. 파스타면을 오일소스 팬에서 익히기
- 소스와 면이 동시에 준비되면 좋지만, 만일 면이 먼저 익었다면 면은 미리 건져두면 되고 소스가 다 됐는데 면이 안 익었다면 면이 익을 동안 소스 팬의 불은 아주 약하게 유지합니다.
- 이미 오일 소스(마늘향을 뽑아낸 올리브유와 전분이 섞인 소금물 면수)는 충분히 유화되서 약간 크림 같은 느낌이 되어야 합니다.
- 이제 파스타면을 팬에 모두 담고 뒤섞은 후 맛을 봅니다. 중강불로 올리고 짜다면 생수를 한국자, 싱겁다면 면수를 한국자씩 부어가면 면을 익힙니다.
- 불을 끄고 파슬리를 넣은 후 팬을 뒤흔들어 면과 소스를 섞습니다. 팬을 흔드는 것이 어렵다면 젓가락은 면을 계속 휘저어도 됩니다.
- 소스가 면에 모두 흡수되면 요리는 끝납니다.
5. 플레이팅
- 그냥 집게로 퍼 담고남은 소스와 마늘 등을 파스타 위에 얹어 드시면 됩니다.
- 식빵이나 바게트를 준비해서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토스트기에 구워서 같이 먹어도 좋습니다. 이때 빵에 썬 마늘을 한번씩 문질러 주면 마늘빵이 됩니다.
- 다만 좀더 예쁘게 담으려면 긴 젓가락과 포크를 사용하여 둥글게 말아서 접시에 올리는데 젓가락 대신에 스테이크 포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접시가 길죽하거나 넙적한 형태라면 젓가락에 말은 후 길게 빼는 것도 괜찮은 모양이 나옵니다.
- 맨 위에는 마늘칩을 몇조각 뿌리고 생바질(건바질은 향이 거의 없어요)이 있다면 올려줍니다.
- 뭐,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슥슥 갈아 올리면 더 그럴싸한 모양이 되겠지요.
요즘은 유튜브에 워낙 많은 레시피가 있어서 좋은 레시피들을 금방 찾을 수 있어요. 트러플을 올리기도 하고, 삼겹살 기름에 만들기도 하고, 와규 스테이크를 올리기도 하는데, 그런 시도를 따라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