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
김광규
우리가 만들어낸 게임보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장끼 우짖는 소리
꾀꼬리의 사랑 노래
뭉게구름 몇 군데를
연녹색으로 물들입니다
승부과 관계없이
산개구리 울어내는 뒷산으로
암내 난 고양이 밤새껏 쏘다니고
밤나무꽃 짙은 향내가
동정의 열기를 뿜어냅니다
환호와 야유와 한숨이 지나간 자리로
남지나해의 물먹은 회오리바람
북회귀선을 넘어 다가오는 소리
곳곳에 탐스럽게 버섯으로 돋아나고
돼지우리 근처 미나리꽝에서 맹꽁이들
짝 찾기에 소란스럽습니다
월드컵 축구 중계도 아랑곳없이
들판에서 온종일 땀 흘리는 보람으로
짙푸르게 우리의 여름이 익어갑니다
승리는 이렇게 조용히 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271_『처음 만나던 때』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