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나서부터 나는 참 많이 울었다.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숙이고 울었고 출근 길 언덕을 내려가다가 꺽꺽거리며 울었고 두번 절을 하면서도 미안하다고, 여름에 보고 더 찾아오지 못해 미안하다고 목 놓아 울었다.
영정 사진 속에 들어있는 네 얼굴은 평온해보였지만, 그래서 현실감이 없었다. 언제나 느긋하고 언제나 유쾌하고 언제나 똑똑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런 기억이 이제 얼마나 갈까?
“그래, 오래 전에 내 옆에서 화염병과 짱돌을 던지던 친구가 있었지. 시를 좋아했고 시를 썼고 그러다가 어느 날 시집을 냈던 친구가 있었지”
그런 공허한 단어들로 너를 남기고 싶지 않지만, 이제 다른 방법이 없네.
연기 같다. 바람 불면 흩어지고 손으로 쥘 수도 없고 저기 있나 싶다가도 흔적 없이 사라지는 연기.
우리, 함께 책 읽고 토론하고 술 마시고 담배 피고 노래 부르고 화염병 던지고 놀러가고 했던, 그 많은 시간들, 찬란하다 생각한 순간 연기처럼 찰나에 사라지는 시간들.
나는 지금 슬프다. 아마 내일도 슬플 것이다. 모레도 슬플 것이다. 이번 주까지는 슬플 것 같다. 다음 주에는 잘 모르겠지만, 하루에 한두번 어쩌면 더 많이 네 생각이 날 것도 같다.
이 모든 일이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지금이라도 전화가 걸려올 것 같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