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울림이 큰 책은 허수경 시인의 유고 산문 ‘오늘의 착각’이었습니다,
시인은 (아마도 먼 타향 독일에서) 말 한마디 없었지만 세월호의 참사를 악몽으로 견디고 있었습니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아이들이 바다에서 생매장을 당하고 뒤 내 잠자는 방은 끔찍한 바닷속으로 변했다. 죄스러움, 도저한 공포, 무력의 조류가 방안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 고요한 사유의 시간은 커녕 이대로 가다간 돌이킬 수 없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불안의 잔잔한 물결이 일어났다. 잔잔한 불안의 물결은 거친 해풍보다 영혼을 더 잠식할 거라는 예감이 들면서 나는 물고기 모빌을 치워버리리라 작정했다. 삶에서 죽음이 묻어나고 죽음 에서도 삶이 묻어난다는 것을 많은 이가 그렇게 누누이 일러 오지 않았는가. 자신의 침대가 자신의 무덤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경험한 이는 시인 하이네였다. …
게다가 아도르노가 비판했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경원시하는 ‘하이네’에 대해서도 그의 절망적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워했습니다.
잠에 대한 칭송, 잠자는 방이 곧 죽음의 방이고 삶에서 죽음이 죽음에서 삶이 묻어나는 것을 온 몸으로 경험하는 민감한 시인은 잠에 대한 이런 칭송을 죽음에 대한 동경으로 내비치는 것 같습니다.
겨울의 어둠 속에서 불면에 시달리다가 어느 날 이런 문 을 읽었을 때,
언젠가 내 속에서 모든 예술이 하나가 되어 내가 천재 적인 일필에 이른다면 나는 잠에 대한 칭송을 쓸 것이다.
나는 삶에서 잠을 잘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쾌락을 알지 못한다. 삶과 영혼으로부터 완전히 꺼져버림, 모든 존재 와 인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남, 회상도 착각도 없는 밤, 어떤 과거도 아직 미래를 가지지 못함,
페소아,『불안의 서』부분
1964년 생인 허수경 시인은 2018년 위암으로 독일에서 타계했습니다. 54세의 나이입니다. 이제 그 나이가 되어 내가 다다르지 못한 높은 곳에 가있는 허수경 시인을 우러러 보고 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