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 정기 검진을 받았습니다.
- 혈액검사
- 흉부 엑스선 검사
- 복부/골반 CT 촬영
6월 4일 밤 12시부터 시작된 금식 때문에 다음 날 검사 시간인 오후 3시까지 물도 마실 수 없었습니다. 목이 탔습니다. 충분한 시간 잤는데도 아침부터 졸립니다. 몸은 무겁고 컨디션이 좋지 않습니다.
병원은, 낯익은 병원은 언제나 사람을 주눅들게 만듭니다. 수납을 하고 검사지를 펼쳐 동선을 정하고 거리낌 없이 움직입니다. 얼마나 반복했으면 이렇게 훤할까.
채혈을 하며 주사기로 빠져나가는 검붉은 피를 바라봅니다. 저게 내 생명을 싣고 온몸의 혈관을 지나는 그것인가.
엑스레이를 찍고 CT 촬영실로 이동합니다. 조영제를 맞기 위해 혈관에 연결 튜브를 꽂습니다. 촬영대에 누우니 천장에 LED로 응원의 문구들이 나왔습니다.
‘처음의 그 마음과 의지, 잊지마세요’
‘충분히 잘하고 있어여, 걱정하지 마세요’
울긋불긋 유치원생의 동화처럼 아기자기한 장식이 차가운 검사실과 전혀 어율리지 않았지만, 문구를 보는 순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제법 큰 미소를 지었습니다.
‘환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나한테도 진심으로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게 떠올랐습니다.
조영제가 들어가고 몸에 기분 나쁜 뜨거움이 올라옵니다. 약 냄새가 호흡과 섞여 들어옵니다. 숨을 들이쉬고 참고, 눈을 감고 몇차례 반복하고 검사가 끝났습니다.
다음 주에 검사 결과가 좋기를 바랍니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
5차 검진 결과도 잘 나왔습니다.
진료실로 들어섰는데 주치의 선생이 ‘흠’하는 소리를 내며 모니터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2년 전 재발을 통보받았을 때처럼.
잠시 후 주치의 선생이 ‘죄송합니다. 이전 환자 분 자료를 좀 볼께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배려를 좀 해주지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만, 깨끗하다는 결과를 듣고서는 모든 게 평온해졌습니다.
다시 6개월을 받았습니다. 남은 6개월은 어떤 재미있는 해볼까요?
다행이오.
다행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