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지옥변을 읽었다.
그 짧은 단편을 읽으면서 그가 주장하는 예술 지상주의가 무엇인지 눈 앞에서 설명을 듣는 것처럼 확실하게 알아 들었다.
요시히데가 바라보는 불타는 마차와 그 속으로 뛰어는 원숭이 요시히데와 그 안에서 불타는 그의 딸, 그리고 그 모두를 겁에 질려 바라보는 영주. 그리고 마침내 지옥변에 담긴 진홍빛 화염의 불길을 통해서 말이다.
소설을 읽는 동안 창문 밖에서는 지붕을 뚫을 듯 빗소리가 거세었는데, 머릿 속에서는 시뻘건 불길이 뇌와 눈을 직접 자극하여 불의 모양새와 색채가 몸을 태우는 느낌이었다.
마치 (실제로 입어 보지는 못했지만) 방염복을 입고 불길 속에 서 있는 기분이랄까?
바로 코 앞에서 일어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게 자라는 불길의 욕망과 흰 색과 검은 색 사이에서 노랑과 빨강을 입자로 지닌 모든 색들이 섞이고 갈라지고 일그러지는 스펙트럼을 눈이 멀 정도로 쳐다보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아쿠타가와의 유언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도 그의 비밀을 엿 본 것 같아 매우 놀랍고 흥미로웠다.
그저 막연한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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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