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작가들의 관심사를 훑어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만, 젊은 작가 모두가 이런 주제의 글을 쓰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젠더와 퀴어, 톡립 영화 등도 중요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인간의 관심사는 아주 많으므로 작가들은 그런 다양성을 포용하고 독자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많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특히나 서이제의 ‘0%를 향하여’와 한정현의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은 글을 끝까지 읽을 수 없을만큼 작위적이고 자의적이었습니다. 밀가루 냄새가 풀풀 나는 익지 않은 쿠키 같다고 할까요? 조사한 자료들이 글에 녹아들지 못하고 날 것 그대로의 이질감을 풍기며 둥둥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대상을 수상한 전하영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최근 몇년 동안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소재로 현실감 넘치는 글을 썼고 그보다 좋았던 점은 문학의 탈을 쓰고 권력을 휘두르는 장 피에르의 모습이 사실 현실에 더 많이 존재함을 인식시켜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장 피에르는 미술가이기도 하고 정치가이기도 하고 언론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근묵자흑, 경계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경계하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고 알면서 실천하는 못하는 사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던 작던 장피에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재미있게 읽은 소설은 김혜진의 ‘목화 멘션’이었습니다. 최근에 감상한 다큐멘터리 ‘나의 집은 어디인가‘와도 맥락이 닿아있어 더 생생하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사람의 속마음을 묘사하는 문장들이 힘차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역시 소설은 쓰는 것보다는 읽는 게 좋군요.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